내 용 |
1월 17일
고을에서 訴狀을 올린 후에 관청에서 내린 帖文이 있었다. 관청에서 서원으로 將吏를 내어보내 經閣의 문단속으로 봉하여 표시하였다. 그리고 열쇠를 샅샅이 뒤져 찾은 후에 李眞銓을 관청의 뜰로 잡아 올려 보내니, 엄히 처벌하고 칼을 씌워 가두었다.
서원의 儒生인 幼學 權政福을 비롯한 李樹章, 李翊儉 등이 경주부(府)에 올린 訴狀[109명]
삼가 생각건대, 저희들은 城主께서 부임하시던 초기에 먼저 본 서원에서 新儒들이 소란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호소하였습니다. 대개 國學에 事變이 있는 것은 한 지방 사림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城主 閤下께서 세상의 도리를 염려하여 괴로워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선현의 규약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자상하게 판결문으로 깨우쳐주심은 이미 엄하고도 분명하였습니다. 비록 新儒들이 비꼬이고 망령스럽다고 해도 반드시 감히 다시 이전의 습속을 밟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엄하고도 분명한 교시가 많은 선비들이 사정을 진술하는 날에 때마침 내려지며, 망측한 변괴가 또한 밝으신 守令께서 香禮에 마음을 쏟는 새벽에 일어날지 어찌 생각했겠습니까? 아, 또한 심합니다. 이 무리들의 행동거지가 비록 이르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해도, 어찌 오늘과 같은 일이 있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난 변괴는 이미 良洞 李氏의 가문에서 올린 訴狀에서 다 알고 계실 것이니, 저희들이 다시 번거로운 걱정과 근심을 일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엎드려 생각건대, 본 서원은 창건된 지 지금까지 300년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조정에서 추숭하고 장려하는 典禮가 앞뒤로 어떠하였으며, 위대한 선현이 선비를 모으는 규약이 엄하기가 어떠하였습니까? 그런데 지금 저 무리들이 훔치고 숨기며 집어삼키는 器物이 됨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전에 없던 극심한 변괴로 그 원인을 규명하면, 참으로 城主께서 고쳐서 전한 판결문의 敎示에서 비롯되었습니다. 國學이 당당하게 선비를 추천하고 임원을 圈點하는 것은 서원의 規例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관청에서 교체하는 자리가 되었으니, 이것이 또한 어찌 예전에 있었던 일이겠습니까? 저희들이 맡아서 지켰으나, 조심스럽지 못한 책임은 용납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득 城主께서 판결문을 통해 내리신 敎示에 대해 우러러 남몰래 개탄하고 의혹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만약 새로 추천한 任司가 과연 하자가 있고, 저들이 거짓으로 꾸며서 말한 것과 같다면, 후보자를 참관하는 자리에 처음부터 어찌 圈出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미 圈出되었다면, 또 어찌 文報를 올리겠습니까? 바로 이 거짓으로 꾸며진 訴狀이 남을 미워하여 어려움에 빠지게 하는 계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본 서원에 곡절을 묻지 않고 한 줄의 글로 판결문을 결단하여 訴狀에 따라 교체하게 하여서 서원을 관청에서 관리를 파견하는 곳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 무리들의 은밀한 계책이 한번 적중되자 저 무리들이 얼마나 번잡하게 굴며 거기에 빙자해서 날뛰는 것이 이에 이르지 않았겠습니까? 또한 만약 저들이 거짓으로 꾸몄는데도 믿고 교체했다면, 수많은 사림 가운데 어찌 하나의 완전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城主께서 교체하라는 판결문이 장차 그 번거로움을 이기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有司의 일에 속할 뿐입니다. 한 사람의 有司가 誣告를 당했는지 당하지 않았는지, 억울한지 안한지를 짐짓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玉山書院는 위대하신 선현을 主壁으로 하고 위대하신 선현이 강론하여 정한 규칙과 법식을 지켜온 지가 지금까지 300여 년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높여 받들고 도와 서게 한 이치는 진실로 지금까지 監營와 府에서 극력으로 함께 높이고 일에 따라 호위하고 수호하려는 힘에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뚜렷한 지난 자취는 院案에 엄숙하고 분명히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오늘의 변괴는 본 서원의 존망이 달려 있으며, 소중한 땅이 장차 가시덤불에 이를 것이며, 옛 규약이 마침내 한해살이 풀과 같이 되었습니다. 그러한즉 저희들이 근심하고 서글퍼하며 애통하고 절박하여 장차 살고자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림의 맑은 의논에 깊이 죄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진실로 다른 날 구천으로 돌아가 父兄을 모실 때 자백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주께서 도리를 호위하고 선현을 받드는 정성이 때마침 이 땅에 당도하였으니, 어찌 편안히 지내는 것뿐이겠습니까? 대체로 이번에 주도한 首魁인 孫時夏와 孫世麟은 바로 지난 가을 변괴를 일으켜 갇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징계하여 다스린 것이 엄하지 못한 것 때문에 또 이런 변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오늘의 변괴가 진실로 바꾸라는 판결문의 敎示에 말미암은 것이라면, 玉山書院 한 구역은 이미 사림이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빼앗아 주는 것을 城主께서 이미 멋대로 하신 것입니다. 오직 城主께서 변통하여 처리하는 것이 어떠한지 공손히 기다릴 뿐이며, 저희들이 다시 어찌 감히 말하겠습니까? 심정은 절박한데 언사가 군색합니다. 엎드려 빌건대, 잘 처리해주실 것을 거듭거듭 간절히 비옵니다.
訴狀에 대한 판결문은 다음과 같다. 저 무리들이 무고한 訴狀은 얼마 전에 사실을 조사하여 이미 탄로되었다. 그래서 각기 엄한 형벌을 시행하고, 그 首魁를 칼을 씌워 가두었다. 어찌 감히 다시 못된 행실을 부릴 것을 일삼겠는가? 또한 이미 본 서원에 帖文을 내렸으니, 저절로 별 탈 없이 일이 순조롭게 끝날 것이니 다시 염려하지 말라.
玉山書院의 士林에 내린 帖文
府尹이 상고한 일이다. 본 서원은 바로 한 고을에서 으뜸으로 착한 곳이니, 그 齋任의 圈點과 추천을 사림이 높이 받드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그런데 며칠 전에 新儒의 무리들이 스스로 偏黨을 지어 터무니없이 官家에 訟事를 일으켜 齋任을 논박하였다. 그리고 서원에 난입하여 스스로 有司를 추천하여 공경하여 삼가며 예의로 사양하는 기풍이 조금도 없었다. 단지 어지럽게 다투고 비꼬인 성품의 습속을 부려 뜻하지 않게 제사를 그만두어야 했으니, 이런 전에 없던 변괴가 있게 되었다. 新儒 가운데 의론을 주도하고 소동을 일으킨 사람과 이른바 有司를 자천한 사람은 모두 엄한 형벌에 처했다. 그리고 무고로 꾸민 문서는 역시 시행하지 말라. 이것은 진실로 떳떳한 이치에 어그러지는 것으로 한바탕 지나치게 겁을 내게 하는 것이다. 앞서의 사람은 서원에서 후보자로 추천한 齋任이니, 이런 의리를 좇지 말고 즉시 공무를 집행하여 담으로 둘러쳐진 곳으로 하여금 한시도 제향을 빠뜨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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