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용 |
8일 맑음
감영의 제음이 비로소 당도하였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이 전과 같이 별다른 것이 없어 한탄할 만하다. 호소문의 초안을 작성했는데, 狀頭는 孫晉念, 權宜升, 李道久였다.
삼가 생각건대, 저희가 옥산서원의 일로 전후로 합하에게 호소하였으나 그 지루하고 번거로움을 싫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일에는 바르지 못함이 있어 마지못하고, 죄에는 감당하지 못한 것이 있어 마지못하였습니다. 그러하니 바르지 못하고 감당하지 못하는 것 앞에 한 府의 관찰사[按臬]로 계시니 지루함을 얻지 않을 수 없고, 번거로움을 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서원이 보존되고 있음은 전날에 우리 합하께서 성의로 비용을 出捐하고, 말씀에는 위엄으로 얼어붙게 하고 타이름으로 따뜻하게 하는 힘이 않음이 없었습니다. 체포하여 가두고 보고하라는 제음을 내리고부터 유림에 사기가 오르고 사문에 호위가 증대되어 大君子의 한 말씀은 대산이나 교악과 같다고 여겼습니다. 저 무리들이 실제로 체험하여 계책이 궁하여 감히 변고가 없을 따름이었으나, 다시 발양하였습니다.
이번 달 향사일을 맞아 바로 재계하기 전날 獻官과 재계할 선비가 앞뒤로 서원에 도착하니 이른바 牛角里의 李在謙이라는 자가 그 首魁로 鄕新인 孫星煥과 辛宗海라는 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칠고 사나운 장정들을 끌어 모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염려하지 않고 이름을 들은 뒤에 溪亭의 李氏들과 함께 재실과 다락 예닐곱 방에 나누어 거처하게 하였습니다. 다만 나머지 헌관은 한 곳에 모두 묵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외의 재계할 선비는 다시 나란히 있을 곳이 없어 부득이하게 다른 곳에 내려가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마련하고 업무를 분담하는데 여러 명이 에워싸고 거듭 고함치며 온갖 짓거리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비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집사의 현판을 내던져 쪼개고는 이에 도끼질을 하고, 묘지기[廟直]를 사당 안에 있는 典祀廳에 가두었습니다. 밤중이 되기도 전에 갑자기 날뛰었습니다. 소리가 한쪽 편에서부터 일어났는데 그 기세가 마치 비바람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당 안의 불빛이 깜박거릴 때 각자가 몽둥이를 집어 들고 神門을 에워쌌습니다.
저희의 조처가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황망히 놀라 일어나니 이미 저들의 내지르는 소리에 붙잡고 싸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척에서 가만히 있어야하고, 그렇다고 또한 쭈그려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에 구차하게 재계하러 머물던 곳에 앉아 있다가 분개하여 서로 이끌고 숙소로 물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들으니 저들이 이른바 제사를 행하는 자가 목욕도 하지 않고 두건이나 冠을 쓰고 제사의 복장을 갖추지 않은 채 순서도 없이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리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제수를 진설하고 향과 축문을 갖춘 후에 몰래 훔쳐다가 함부로 행하였습니다. 명색이 선비가 되고서 어찌 사당을 어지럽히는 무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저들의 버릇없는 습속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욱 방자하여 저절로 유사가 되기에 부족하며, 분향하여 조상을 배알하고자 하나 저절로 분향하여 배알하기에 부족한데 끝내 이른 것입니다. 成均館에 있어 享禮가 얼마나 막중한 것인데도 무리를 모아 가로막고 스스로 하니, 스스로 하는 것은 관청의 戒飭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營關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기에 이렇게 그르치는데 이른 것입니다.
저희는 오늘 서원을 보호하여 지키는데 오히려 두 번째 날이 될 염려가 있으니, 서원을 끝내 보호하여 지킬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또한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합하와 같은 사람이 나타났기에 도리를 호위하고 이름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합하와 같은 사람이 바른 낯빛으로 당당하게 말씀하기에 얽히지 않고 바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하니 합하의 뒤를 이어 영남의 감사가 될 사람이 다시 몇이나 될 수 있겠습니까? 거장으로 서원을 보호하여 지키게 한 것은 합하를 얻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그러하나 서원을 정녕 보호하여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까?
저들은 이전에는 없던 극단적인 변고를 자행하고, 조상은 천고에 사문에 죄를 짓는 무리가 되었습니다. 정녕 하루라도 단지 빠르게 하는 것이 어떤지요? 대개 그 허수아비는 牛角里 이씨들에게 단초가 있고, 바탕은 玉山 이씨들에게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牛角里라면 李在謙이라는 자가 나와서 선동을 하고, 옥산이라면 李珏壽라는 자가 안에서 두루 돌아다니며, 마을이라면 孫星煥과 辛宗海라는 자가 앞장서서 뭉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네 사람의 首魁는 앞뒤에서 처리하고 조치하며[注措] 서로에게 등과 배가 되는 자들이옵니다. 저 옥산의 이씨는 오히려 임금의 敎示에 힘입어 대대로 다투어온 것이 몇 년이나 됩니다. 그리고 우각리의 이씨는 옥산에 은밀히 동조하여 도리어 옥산도 감히 할 수 없는 바가 되었습니다. 孫氏와 辛氏는 또한 鄕新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더욱 볼 것도 없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즐기며, 무리를 지어 더불어 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깁니다. 이런데도 징계하지 않고, 징계를 하더라도 엄히 하지 않으면, 斯文은 모두 쓸어져버릴 것이고, 그 元氣는 태워져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명예의 그물은 분란이 일어날 것이며, 법도와 가르침은 어지럽고 해이해질 것입니다.
합하께서는 이런데도 또한 전날과 같이 關文으로 타이르는데 그치겠습니까? 저희가 가만히 생각하건대, 이 무리들이 이와 같이 거리낌 없고 두려워하고 삼가지 않고 서원[儒宮]에 변란을 일으키는 것은 서원과 사림에 우려가 될 뿐만 아니라, 위에 계신 임금께서 세상의 도리를 진정시키고 유학을 주장하는데도 우려가 됩니다. 무릇 禮라는 것은 풍속을 바르게 하는 것이니, 禮를 잃고서 어떤 풍속이 바르게 될 수 있겠습니까? 명분은 기강을 세우는 것이니, 명분이 망가지고서 어떤 기강이 설 수 있겠습니까? 공자께서 반드시 명분을 바르게 하여야 한다고 하셨고, 맹자께서도 학교[庠序]에서의 가르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성현의 말씀이 어찌 진실로 이러한 것뿐이겠습니까?
저희는 그날 府까지의 50리길을 맨발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며 변고를 고하였습니다. 그러자 本官의 성주께서는 특별히 李在謙, 孫星煥, 辛宗海 세 사람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발하고서 감영의 교시를 서로 토의하며 잠시 가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찍이 그들에게 한 치의 칼날도 함부로 찌름이 없고, 더욱이 그들이 먹고 마시는 것을 토의하여 배당하여 거두어 저들의 집안에 흉년이 들어 적절히 구제하는데 거듭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감옥이라고 보탬이 되는 집이라고 할 것입니다. 저희가 이 서원에 대해 합하께 바라는 것은 더욱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합하께서 비록 스스로 처리할 도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별도로 과감한 징계가 있지 않다면, 한번 만난 거친 물결에 잘 통하는데 그칠 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히 이 다음 때에 전거로 삼을 법식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비록 오늘은 회복될 수 있지만 어찌 내일도 회복될 수 있으며, 이 달에 그만둔다고 저 달에 또한 그렇게 하겠습니까? 이것이 곧 저번 關文의 지난 일입니다. 저희는 감히 말씀드리건대, 어찌하였든 오직 합하께서 처분해주십시오. 저희는 못내 몹시 절박하게 지극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제음 ; 이미 앞서 훈계한 것이 있으니, 반드시 本邑으로부터 별도로 징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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