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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C+K09+KSM-WM.1870.4717-20170630.0103104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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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70년 12월 18일 / 高宗 7 / 庚午
내 용
새벽에 제사를 지냈지만 제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니, 슬프고 그리운 마음이 더욱 심하였다. 처음에는 오늘 길을 떠나려고 했지만 말의 병이 나아지지 않고 눈길에 통할 수 없으니 감히 뜻을 내지 못하지만 피할 수 없는 행차일 뿐이니 도리어 스스로 조급하고 근심스럽다.

말의 병이 조금 나아졌고 눈이 녹았으니 기다릴 수 없어서 마침내 길 떠날 생각을 하였다. 각 집에 이별을 고하고 내간(內間: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에 나아가 인사하였다. 가묘에 마땅히 고유해야 하지만 빈소를 직접 범한 나머지 감히 묘문을 열지 못하니 더욱 몹시 죄스럽고 슬펐다. 제부(諸父: 부친의 항렬인 가까운 친척)들께 하직인사를 하고 권면의 가르침을 받았다. 물러나 종반(從班)들과 작별하고 여러 조카들이 교외 밖에서 전송해줌을 받았다. 그대로 길을 떠나 원좌(元佐)에게 들려 병문안을 했다. 병이 비록 종기병이지만 부종이 창궐하여 앉거나 누울 때 불편하니 보기에 매우 근심스러웠다. 비록 병 없이 서로 송별하더라도 작별하는 마음이 오히려 좋지 않은데 하물며 하교(河橋: 하수의 다리. 벗과 이별하는 곳)의 고사처럼 감회를 일으키기 충분한 데에 있어서랴! 그러나 서로 대하면서 탄식하거나 걱정하는 말은 없고 귀양살이의 절도와 길갈 때 조심하라고 면려하고 한 권의 백책(白冊)을 주었다. 화창한 봄철에 지팡이에 나막신을 신고서 금강산 만이천봉 사이를 유람하자고 약속하고 그대로 웃으며 이별하고 교외로 나갔다. 눈길 속에서 석양이 지니 채찍질하여 길 가는 것이 매우 바빴는데, 가장 마음에 서운한 것은 천형의 문장과 풍류가 처음에는 대나무 지팡이와 짚신으로 함께 가며 간호(看護)하고 인하여 다른 마을의 산천과 풍속을 마음껏 구경하고 돌아올 때에는 금강 팔경으로 길을 잡아 평생의 소원을 이루어 그 온축한 바를 풀려고 했다. 그런데 채찍을 나란히 하여 부호(拊護)하는 힘을 입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병실에 칩복하고 있으니, 만나서 이별하지 못하고 다만 교외에서 불러 가는 것을 고하고 왔으니, 마음을 그야말로 억누를 수 없을 따름이다.
저녁에 망천(輞川)에 들어가니 정백이 행장을 꾸려 고대하고 있었는데 날이 이미 저물었다. 또 말의 병이 끝내 근심을 풀지 못하여 집 가까운 곳에서 묵으면서 말을 시험하였으니, 개비(改備: 갈아내고 다시 마련하여 갖춤)하기에 편해서이다. 정백(正伯)의 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함께 나와 점사에 묵었으니 일간(日干)에 구애되었기 때문이다. 온 마을의 노소들이 저녁밥을 먹은 뒤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백(季伯)은 술병을 가지고 오고 중석(仲錫)은 홍시를 주었으니 정의가 감사할 만하다. 종서 형(宗瑞兄)은 이별하는 것을 서운하게 여겨서 함께 잤는데 그 두터운 우애가 더욱 공경할 만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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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十八日。
晨行祀事。而不得參薦。痛慕尤深。始欲以今日發行。而馬病不差。雪路無可通。不敢生意。不可免之行耳。還自躁悶也。

十八日。
馬病少差。雪消。則有不可待。遂發行計。告別於各家。內間進拜。家廟當有告由。而喪殯親犯之餘。不敢開廟門。尤切罪悵。拜辭諸父。受勉敎。退與從行作別。受群侄郊餞。因行。歷問元佐病。病雖瘇祟。而猖獗浮腫。不便坐臥。見深悶念。雖無病相送。別懷猶不勝。況河橋古事有足起感者耶。然相對無嗟愁語。勉以居謫節度及行李愼旃。贈一卷白冊。約以春和節筇屐聯翩於萬二千峰之間。因笑別出郊。雪裏斜陽。征鞭甚忙。而最所悵失於中者。川兄文章風流。初欲以竹杖草鞋偕行看護。而因便恣觀於異省山川風俗。及歸作路金剛八景。以遂平生之願。而◘(攄)其所蘊矣。不徒不能蒙聯鞭拊護之力。反阻蟄病室。不得握別。只郊外呼喚。告行而來。懷事正不可鎭耳。暮入輞川。正伯束裝苦待。而日已夕矣。且馬病終不得釋慮。爲宿試於家近地。便於改備。因於正伯夕食共出。宿于店舍。拘日干故也。一村老少。夕後來話。季伯携酒壺。仲錫餽紅柿。情義可感。宗瑞兄惜別共枕。其篤友尤可敬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