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문중 자료 > 일기 > 김중휴일기(金重休日記) > 01권 > 1859년 > 10월 >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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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C+K06+KSM-WM.1857.4717-20140630.0000000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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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59년 10월 5일 / 哲宗10 / 己未
날 씨 아침에 매우 춥고 서리가 눈처럼 내리다.
내 용
해가 난 이후에도 남산(南山)은 항상 운무(雲霧)에 싸여 흐리하게 비췄다. 아침에 매우 춥고, 짙은 서리가 눈처럼 내려서 나뭇잎이 모두 떨어졌다. 대개 올해의 서리는, 여태까지는 된서리[肅霜]가 없어서 나뭇잎들이 다만 붉고 말랐으나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오늘 내린 서리는 아마도 참서리[眞霜]인 듯하다. 어제 전정(殿庭) 습의(習儀)의 반열(班列)에 곧 백관(百官)이 모두 모여야 하나 인물들이 묘연(渺然)한 것이 이러한 지경에 이른지가 지극하다. 세상에 분개하는 탄식이 없지 않다. 가장 웃긴 것은 어느 한 꼿꼿하고 굳센 사람이 우립(羽笠)을 쓰고 청포(靑袍)를 입고 대우전(大羽箭)을 지고 와서 앉아 있었는데, 우리들이 모인 인정전(仁政殿)의 서랑(西廊)에서 그와 상대할 처지였다. 그 사람은 온 얼굴에 교만한 기색이 가득했고, 나이는 40이 채 되지 않았으며, 귀밑머리에는 금당(金瑭)을 달고 있었다. 와서 앉을 즈음에 교리(校理) 홍종운(洪鍾雲)이 묻기를, "영감은 근래에 부총관(副摠管)이 되었습니까?"라고 하자 그가 "그렇다." 라고 했다. 조금 뒤 식상꾼[食床軍]이 아침밥을 내어 왔는데, 반상에 진수성찬이 가득했고, 물과 뭍에서 나는 것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은수저를 닦고 겨우 몇 숟갈 들 즈음에 홍 교리(洪校理)가 그를 희롱하며 말하기를, "영감은 연전에 감사(監司)가 되었으니 오늘 받는 봉급은 영문(營門)에서 받는 봉급과 다름이 없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태(台)가 답하기를, "매우 거칠고 소박하네."라고 했으나, 그의 마음에 스스로 만족하는 뜻이 있으니 그 사람을 알 만하다. 우연히 진하(進賀)하는 반열 가운데에서 전부(典簿) 이오익(李五翼)을 만났는데, 이는 죽은 이조참의(吏曹參議) 시우(時愚)의 출계(出係) 간 아들이다.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남문(南門)지홍(智弘)의 집에 저축해 둔 돈이 단지 7민(緡)만 남았기에 오늘 아침에 전부 거두어 왔다. 9일 반촌(泮村)으로 들어갈 때가 되면 몇 푼만 남을지 알 수 없으니 도리어 웃음만 났다. 식후에 체증(滯症)이 있고, 또 날씨가 흐리고 추워서 하부(下部)에 내려가 이불을 덮고는 베게에 누워 잠시 잤다. 나의 혼령이 나비를 따라 고향집에 도착했는데, 이웃 마을의 권 모(權某)가 내가 부절(符節)을 차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산을 팔기를 청하니 내가 답하기를, "그대가 살아 온 어려움을 돌이켜 보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만일 이 산을 사고도 지절(支節)들이 있다면 애당초 사지 않는 것만 같지 않고, 가격을 정당하게 매기기도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서로 수작(酬酢) 하던 즈음에 깨니 한바탕 꿈이었다. 이 꿈은 고향 생각이 일어나 나온 것일까? 과연 내가 부절을 차고 지방관이 될 조짐일까? 내일은 궐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자시(子時)에 부묘(祔廟)와 진하(進賀)하는 의식에 들어가 참여해야 할 날이다. 몸의 병도 아직 낫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침저녁마다의 식사와 냉방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어려움이 함께 마음에 모여 있다. 약간의 목을 축이고 배고픔을 면할 음식을 샀지만 어찌 족히 추위와 허기를 면할 방도가 되겠는가? 저녁에 또 축천탕(縮泉湯)을 달여 복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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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初五日。
日出後南山常隱映於雲霧中。朝甚寒。霜重如雪。木葉盡脫。大抵今年之霜。至今無■〔肅〕霜。木葉只丹枯不落。今日則似眞霜。昨日殿庭習儀之班。便百官盡會。而人物之渺然。到此極矣。不無慨世之歎。最可笑者。有一昂莊之人。戴羽笠着靑袍。負大羽箭來坐。吾等所會仁政殿西廊。相對之地。其人滿面驕氣。年未滿四十。而鬢着金瑭者也。來坐之際。洪校理鍾雲問曰。令監近爲副摠管否。曰然矣。俄而食床軍進朝飯。滿盤珍饌。水陸俱備。纔拭銀匙箸下數匙之際。洪校理戲之曰。令監年前爲監司。今日所俸。無異營門。厥台所答。頗以草薄。有自慊這意。可知其人。偶於進賀班中。遇李典簿五翼。乃故吏議時■〔愚〕之出係子也。霎時對討。南門外智弘家所儲之物。只餘七緡。今朝沒捧來。未知九日入泮之際。餘幾分也。還可一笑。食後有滯症。且日氣陰冷。蒙褥於下部。倚枕小眠。魂隨蝶翅到家鄕。隣里權某。聞予佩符。請賣山內。予答以子還經過之艱。非不知之。若買而有支節。初不如不買。價物停當亦難也。相與酬酢之際。覺之。乃一夢也。此夢出於思鄕而發耶。果余佩符之先眹耶。明日是待開闕門。入參子時祔廟與進賀日也。身恙未快之人。朝夕之䭜。冷地經夜之艱。竝集于中。貿如干潤喉之物。免飢之具。而曷足爲免寒免飢之道哉。夕又煎服縮泉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