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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C+K02+KSM-WM.1823.4728-20100731.900110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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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29년 2월 3일 / 純祖29 / 己丑
제 목 백포에 사는 사돈 구석사가 오다.
날 씨 맑다.
내 용
백포에 사는 사돈 구석사(具碩士)가 왔다. 거울을 마주하여 물었다. 너의 이마는 어찌 그리도 넓으며 너의 눈은 어찌 그리도 크며, 너의 콧대는 어찌 그리도 높으며, 너의 얼굴은 어찌 그리도 크며, 너의 키는 어찌 그리도 크며, 너의 허리는 어찌 그리도 굵으며, 너의 몸무게는 어찌 그리도 무거우며, 너의 주먹은 어찌 그리 크면서도 굳세냐고 하였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 나의 이마는 하늘을 법 받아 지극히 넓은 것이니 하늘은 만물을 용납하고 감싼 모양이요. 나의 콧대는 큰 산이 숭고한 것을 본받은 것이니 큰 산은 사물을 진압하고 복록이 많을 징조요. 내 눈은 맑고 큰 것은 맑은 물을 본받아 큰 것이니 물은 맑아서 자세히 살피고 멀리 바라보는 모양이요. 내 얼굴은 대장부의 얼굴이니 얼굴이 크지 않으면 제대로 갖추지 못하니 바르고 큰 후에야 감히 사람을 대하여 얼굴을 들것이요. 내 키가 큰 것은 빈 내 속과 마음을 가득 채운 입신양명이 심히 자라남이 풀이 아니라면 키는 자라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허리가 크고 내 몸무게가 무거운 것은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크지 않으면 법도가 없으니 허리와 체중은 큰 후에야 가히 위의(威儀)의 법을 받는 것이요. 내 주먹은 우수하여 왼손으로 술을 따르고 오른손으로 응하니 붓을 들어 글을 쓰면 일소(逸少)와 맹진(孟晋)의 무리가 도리어 주먹 안에 있다. 소매를 떨치고 칼을 춤추듯이 하는 연나라와 조나라 강개한 무사(武士)들이 손을 꼽을 만한 형상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데 사업은 매번 그 형상을 뛰어넘지 못하니 어찌된 까닭인가? 아! 내가 그 거울을 감추어서 형상을 가리고 그 몸을 닦고 마음을 다스리며 천명을 기다리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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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初三日
晴。白浦具碩士。來訪。對鏡問形。爾顙何其廣也。爾目何其洪也。爾準何其隆也。爾面何其大也。爾身何其長也。爾要何其大也。爾體何其重也。爾拳何其大且雄也。答曰。噫。噫。我穎法天至廣者。天而容物覆衆之象也。我準象嶽■■崇高者。岳而鎭物多祿之兆也。我目洪淸洪者。水而淸察遠覽之象也。我面大丈夫。顔面不大。則不正。正大而後。敢對人擧顔。我身長滿腔。吾心立身揚名。甚長不草。則身不可以不長也。我要大我體重。不重則無威。不大則無儀。要體重大而後。可象其威儀也。我拳雄。左酬右應。抵掌反手。投筆書寫。逸少孟晋之輩。却紙於半握之中。奮袂舞釼。燕趙慷慨之流。倒枝於指使之間。然則形象過於中人。而事業之每不超於其形。抑何故焉。嗚乎噫戱。莫如我莊其鏡而掩其形。修其身治其心。而待天命而已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