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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62년 9월 24일 / _ / 壬戌
제 목 화재를 찾아가다
날 씨 구름이 끼고 바람 불었다.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었다. 식사 후에 화재가 억지로 오라고 하여 마침내 갔다. 시 한 수를 짓고 술 한 잔 마시기를 서로 번갈아 하기로 규칙을 정해놓고 온종일 웃고 이야기하였다. 시를 짓고 술을 마시고 하여, 5언 절구 ․ 5언 율시 ․ 7언절구 ․ 7언 율시 각 한 수씩을 얻었다.

맑고 소탈하여 처지를 잊었고
광간하여 천진함이 드러나네
훌륭한 경치는 본래 주인이 따로 없고
뜨내기 인생은 모두 나그네라네

슬픈 노래는 흰머리가 가련해하고
크게 웃음에 푸른 눈을 닦노라
무릎을 맞대고 술잔을 기울이며
옷깃을 풀어 헤치고 물가 정자에 기대네

가슴에 품은 마음 아무것도 없으나
도리어 일자무식임을 염려하네
강호에서 둘 다 서로 잊고 있으니
이 마음 도리어 편안함을 알겠네

그대 가슴은 학 같은데 내 머리는 대머리이니
취하지 않고 무엇 하리 돈을 아끼지 말게나
바다 가운데서 알아주는 이 만나기도 기이한 인연이니
서로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거문고를 안고 오게

시를 짓고 노느라 해지는 줄 몰랐더니
갈매기 날아간 곳에 떠돌이 기러기가 혼자 우네
외로운 나그네살이 모두 슬퍼하는데 그대는 즐긴나니
모든 물이 동쪽으로 흐르는데 나만 서쪽으로 흐르네

술잔 가득 국화 띄워 호기를 보이며
억지로 단풍잎 가지고 객수를 읊어라 하네
지금부터 당신과 아기(牙期)의 인연 맺고서
아름다운 산수를 손잡고 구경하길 바라네
밤에 『주역』을 외웠다.

이미지

원문

二十四日
陰風。 晨 梳。 食後華齋强邀遂往 以一詩一盃 迭相哦飮, 定律令 終日載笑載言 唫且飮 得五絶五律七絶七律各一。
淸疎忘地步 狂簡露天眞 勝境元無主 浮生摠是賓
悲歌憐髮白 大笑拭眸靑 促膝傾金觶 披襟倚水亭
無賴胸藏甲 還憂目識丁 江湖兩忘相 頓覺此心寧
君胸如鶴我頭童 不醉何爲莫惜銅 海內知音奇遇罕 相看不厭抱枯桐
嘯咏渾忘白日低 盟鷗飛去客鴻啼 孤羈皆慽君能樂 万水奔東我獨西
滿泛黃花豪氣見 强持丹葉客愁題 從今願結牙期契 佳水佳山手共携
夜誦

주석

광간 : 뜻만 크고 실제는 엉성함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공야장(公冶長)」에, “공자가 진에 있으면서 말씀하시기를, ’내 무리의 소자들이 광간하여 화려하게 무늬를 이루나 마를 줄을 모르는도다.(子在陳曰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的以裁之]” 하였다. 강호에서 .. 잊고 있으니 :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뭍에 있으면서, 입 안의 습기로써 서로 불어 주고 거품으로써 서로 적셔 주는 것이 강호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것만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유유자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牙期)의 인연 :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인연을 말한다.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백아가 거문고를 잘 연주하였는데, 그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志在流水], 그의 지음(知音)인 종자기가 듣고는 “멋지다, 거문고 솜씨여. 호호탕탕 유수와 같구나.[蕩蕩乎若流水]”라고 할 정도로 알아주었다. 나중에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기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하고는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絶絃]는 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