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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62년 12월 30일 / _ / 壬戌
제 목 화재가 점을 쳐추다
날 씨 구름이 두껍게 끼었다.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고 『주역』을 외웠다. 주학기(朱學琪)가 술을 가지고 왔다. 당시를 보았다. 최경칠이 찾아왔다. 오늘 밤이 섣달그믐이다. 쓸쓸하고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화재 옹의 집에 가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하늘이 밝아왔다. 축시(새벽 1시에서 3시)에 화재 옹이 나를 위해 공경히 점을 쳤는데, 길하다고 나왔다. 시를 지었다. 7언 율시 2수와 오언율시, 7언 절구 와 5언 절구 각 한 수 씩 얻었다.

이 해도 이 밤으로부터 사라지느니
한 해가 쉽게도 내일 아침에 있네
천리마는 무단히 문틈을 지나가고
삼충은 하늘에 올라 죄를 알리러 가네
온갖 재앙은 착한 마음으로 물리칠 수 있으니
오복은 공경히 하늘에 비네
오늘 밤을 어찌 헛되이 보내리오
도소주 술잔 아래서 함께 소요한다네

옥이 곤륜산 불길 속에 들어가면 모두 티끌이 되니
땅은 질풍 뇌우를 시켜 이를 끄리라
운수 비색했던 한 해 오늘 밤만 남았으니
천 리 먼 길 떠나온 회포 술잔에 부치네
인생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 같으니
세월이 바삐 흘러 물시계처럼 재촉하네
근심은 전신을 휘감는데 시는 이뤄지지 않으니
갑자기 하늘 끝에 두표가 도는 걸 보고 놀라네

호롱불 심지 자르며 백설가를 부르니
온 세상은 갑자기 봄이 되었네
귀양 사는 나그네 좋은 계절 만나니
궁궐에 계신 임금님을 우르르네
하늘의 마음은 죽은 풀을 살려내고
봄기운은 마른 버드나무에도 꽃을 피우지
우리들이야 무슨 걱정 있으랴
끝내는 경사스럽게 손뼉 치는 자리에 나아가리라

경(庚)에서 세 번째 앞인 정(丁)일에 내가 나서
직접 성군을 다스리는 운이 왕성한 때를 만났네
자신에게 나쁜 운수 많다고 한탄 말아라
다만 앞길 희미함을 부끄러워 않음이니

화재 옹은 세모를 더디게 하는가
붉은붓은 아직도 나는 듯하네
어찌 선학이 여윔을 한탄하리오
마구간의 곁말은 살찜을 부끄러워하네

이미지

원문

三十日
密雲。 晨 梳, 誦朱學琪持酒來見。 觀唐詩崔景七來見。 是夜除夜也。 不勝悽鬱 往所 以觴詠談笑 到天明。 丑時 華翁爲余穆卜 卜吉。 詠得七律二首 五律七絶五絶 各一首。
此歲須從此夜消 一年容易又明朝 六驥無端過缺隙 三蟲有訴上天橋
百殃可祅神明舍 五福祇祈造化霄 肯使今宵虛浪送 屠蘇尊下共逍遙
玉入崑炎混沒埃 知應赦令疾風雷 一年否運餘今夜 千里離懷且彼罍
人生滾滾江流逝 歲色悤悤刻漏催 愁緖纏綿詩未就 忽驚天末斗杓回
劒燈歌白雪 環宇忽靑陽 遷客逢佳節 重宸仰袞裳
天心蓓死草 春意梯枯楊 吾輩夫何患 終登慶忭場

주석

삼충 : 도교에서 말하는 사람의 몸속에 있으면서 수명과 질병, 욕망 등을 좌우한다는 세 마리의 벌레. 이들은 항상 사람이 일찍 죽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경신일(庚申日)에는 하늘에 올라가서 그 사람의 잘못을 천제(天帝)에게 보고하여 사람의 수명을 빼앗는다고 하여 경신일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밝히는 수경신(守庚申)의 풍습이 생겨났다. 도소주(屠蘇酒) : 설날에 마시는 약주의 한 가지로, 이 술을 마시면 사기(邪氣)와 질병을 물리친다고 한다. 두표가 도는 걸 : 계절이 바뀜을 가리킨다. 두표는 북두칠성의 자루 부분에 해당하는 별로, 이것이 계절에 따라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