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문중 자료 > 일기 > 간정일록(艱貞日錄) > 1권 > 1862년 > 11월 > 28일

간정일록(艱貞日錄) 리스트로 첫 페이지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마지막 페이지 이미지+텍스트 본문 확대 본문 축소

KSAC+A03+KSM-WM.1862.4691-20110630.D48861925_0
URL
복사
복사하기

상세내용

상세내용 리스트
날 짜 1862년 11월 28일 / _ / 壬戌
제 목 최태문을 만나다
날 씨 맑음.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고 『주역』을 외웠다. 나정일(羅廷一)에게 갔다. 정일이 전에 이곳에 와서 볼 때 매우 정성스럽게 대하여 주었으니, 그 뜻이 가상하였기 때문이다. 진장이 와서 보았다. 거처하는 곳 주인의 형 윤성(允成)이 뜻밖에 관액(官厄)에 걸려 집이 헐리고 배에 실려 떠나갔다. 동생 윤량(允良)이 울부짖으며 하늘을 부르면서 땅을 치며 엎어지니, 그 참상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아! 백성들이 살 곳을 잃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것이 어찌 태평성세의 광경이겠는가? 『서경』에 이르기를, "한 사람이라도 은택을 얻지 못한다면 곧 말하길 이는 나의 허물이다."라고 하였고, 또 속담에 "하찮은 아녀자라도 원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였는데, 위정자들이 어찌 이를 경계로 삼지 않는가? 오늘날 세상 백성들이 살 곳을 잃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이가 무릇 얼마나 되겠는가? 아아, 슬프다. 밤에 비가 내렸다. 최태문(崔台文 : 헌수憲洙)은 최일수(崔一壽)의 족친이다. 글공부에 힘쓰고 또 성품이 순진하고 근실하여 섬사람 가운데서는 출중한 사람이라 할 만하다. 일찍이 화재 옹이 만든 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며 시를 지은 일이 있어 그 사람됨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이 밤에 찾아왔다. 기쁘게 악수를 하고 이야기 하였다. 또 복원(福元 : 일수의 자字이다)이 함께 와서 마침내 세 사람이 앉아 시를 짓고 술을 마시니 하룻밤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시는 이렇다.

한가로운 갈매기 천성이 강변에서 늙는 것이라
세상에서 어려움 겪는 나를 보곤 응당 웃겠지
말로에 큰 뜻은 큰 술잔 띄워놓고
상지의 진결대로 신선단을 만드는 것
외진 섬의 풍속은 아직 삼고(三古)와 가까우나
세모에 나그네살이 근심이 만 가지라네
한스럽긴 길가는 사람 뱁새만도 못하여
편안히 깃들 가지도 하나 없는 거라네
또 시 하나를 지어 최태문에게 주었다.

이름을 날리기도 벼슬을 구하지도 않으니
고상한 의표는 우뚝한데 어려움을 겪누나
마음엔 무성하여 소나무의 푸름을 품었으니
열매는 없고 꽃만 화려한 모란이 부끄럽게 하네
부평 같은 인생 늦게 만남을 한탄하지 마시게
난이 피는 언덕에 우정이 맺어지네
그동안 멋진 사내 호남에 있었으니
그대가 이곳에 들어와 자리 잡은 걸 기뻐한다네
비가 와서 함께 잤다.

이미지

원문

二十八日
晴。 晨 梳, 誦。 往于羅廷一。 羅廷一前此來見致款 其意可尙故也。 鎭將來見。 主人兄允成橫罹官戹 破家乘舟而去, 其弟允良號泣籲天 撲軀仆地, 慘不忍見。 噫, 民生之失所呼寃 豈聖世好光景 曰, 一夫不獲 卽曰時予之辜。 又語曰, 疋婦含寃 五月飛霜, 爲政者 曷不鑑戒? 今天下失所而呼寃者 凡幾人矣? 嗚呼悲夫。 夜雨。 崔台文【憲洙】 一壽族親也。 勤於文學 人且淳謹 可謂島中翹楚也。 曾於座 一暢觴詠 已知其爲人矣。 乘夜來訪 欣然握敍。 且福元【一壽字】偕之 遂鼎坐賦詩飮酒 以做一夜之娛。 詩曰,
閒鷗自性老江干 應笑吾生處世難 末路雄懷浮大白 上池眞訣鍊神丹
島深俗尙隣三古 歲莫羈愁緖万端 剛恨行人鷦不若 棲棲未借一枝安
又搆贈台文
名不期求祿不干 高標落落及之難 有心能茂含松翠 無實徒華愧牧丹
萍水休嘆逢着晩 蘭皐初結友生端 由來好漢江湖在 先喜夫君入定安
雨滯同宿。

주석

서경에 ... 하였고 : 이 말은 『상서』「열명(說命) 하」에 나오는 말이다. 상지(上池) : 춘추 시대 명의인 편작(扁鵲)이 장상군(長桑君)에게서 금방(禁方)을 물려받을 때 장상군이 품속에서 약을 내어 주며 상지의 물, 즉 이슬로 30일간 먹으면 마땅히 귀물을 볼 것이라는 데에서 유래된 말로 좋은 처방을 가리킨다. 삼고(三古) : 고대 성왕(聖王)이 다스리던 태평성대를 가리킴. 뱁새 만도 ... 하나 없는 거라네 :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넓은 숲 속에서 뱁새가 차지하는 보금자리는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