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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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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62년 11월 20일 / _ / 壬戌
제 목 화재에게 시를 얻다
날 씨 맑음.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고 육백 쪽을 읽었는데, 어제 빠뜨린 것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매일 삼백 쪽을 읽기로 정해 놓았다.) 아침 식사 후에 화재 옹이 굳이 오라고 하여 갔다. 시를 짓고 술을 마시다가 마침내 잔뜩 취하기에 이르렀다. 7언 율시 1수와 오언율시 1수, 7언 절구 1수와 오언절구 1수를 얻었다.

푸른 바다는 땅의 세 배나 되는데
대붕은 높이 날아 남쪽으로 가려 하네
이 산하에서 눈동자 푸른 벗 처음부터 알아보고
세상에 백발의 남자와 같은 마음이라네
바람 앞에서도 대나무는 절개를 지키고
얼음 속에서도 매화는 신의가 있어 향기 머금고 있네
호탕하게 노래하고 노래 마치면 서로 웃으니
세상만사 술 마시고 즐기는 것 만한게 없지요

이웃집 여인 일을 열심히 하는가
베 짜는 소리 들으며 상상해 보네
대나무 홈통은 용 잡는 칼 같고
북[梭]은 과녘을 맞추는 활과 같겠지
능히 집안을 유익하게 하여
해마다 풍요로움 이어 가겠네
널리 추운 자식들 불러 덮어주니
긴 겨울 추위도 두렵지 않겠네

희고 고운 한매는 움직이면 향이 나니
은근한 향은 세 번 맡아보면 아내로 삼을 만하네
인간 세상 가장 중요한 건 우정이니
영명함을 한 조각 물소 뿔로 서로 비추네

눈꽃이 뭇 고개를 봉하였고
물거품은 온갖 시내를 잠구었네
그리운 아내는 아득히 떨어져 있으니
누가 나를 즐겁게 하리
크게 취하여 돌아와 쓰러져 자느라 글 외기를 그만 두었다.

이미지

원문

二十日
晴。 晨 梳六百徧 蓋充昨闕也【日定三百徧】 食後 爲强邀 一詠一觴 乃至濡首, 得七律一 五律一 七絶一 五絶一。
碧海包涵埴壤三 大鵬高擧可圖南 山河初識靑眸友 天地同憐白髮男
風竹不群孤節守 氷梅有信暗香含 浩歌歌罷仍相笑 万事無如一暢酣
鄰姬勤榦業 想像織聲中 筧若屠龍劍 梭如的鵠弓
能成家道益 載纘歲功豐 廣庇呼寒子 不畏大冬隆
寒梅的皪動香臍 三嗅慇懃可作妻 人間最重金蘭契 相照靈明一片犀
雪萼封千嶺 泡花鏁万川 綦巾天外隔 與誰樂我員
大醉而歸 頹宿 廢誦。

주석

육백 쪽 : 원문은 ‘六百徧’인데 이렇게 번역하였다. 아래 ‘삼백 쪽’도 같다. 눈동자 푸른 벗 : 반가운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은 예교에 얽매인 속된 선비가 찾아오면 흰 눈〔白眼〕을 뜨고, 맑은 고사(高士)가 찾아오면 청안(靑眼)을 뜨고 대했다고 한다. 『진서(晉書)』권49 「완적열전(阮籍列傳)」 물소 뿔로 서로 비추네 : 여기서는 서로 마음을 깊이 안다는 뜻을 비유한 말이다. 진(晉) 나라 때 온교(溫嶠)가 우저(牛渚)라는 못가에 이르렀을 때 물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는데, 당시에 그 못 속에는 괴물(怪物)이 많이 있다는 말이 있었으므로, 마침내 서각(犀角)에 불을 붙여서 비추어 보았다는 고사가 있다. 눈꽃 : 원문의 ‘雪萼’은 매화를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