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문중 자료 > 일기 > 간정일록(艱貞日錄) > 1권 > 1862년 > 11월 > 8일

간정일록(艱貞日錄) 리스트로 첫 페이지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마지막 페이지 이미지+텍스트 본문 확대 본문 축소

KSAC+A03+KSM-WM.1862.4691-20110630.D48861925_0
URL
복사
복사하기

상세내용

상세내용 리스트
날 짜 1862년 11월 8일 / _ / 壬戌
제 목 화재와 율시를 짓다.
날 씨 맑고 따뜻하다가 저녁에 또 눈이 왔다.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고 『주역』과 『서경』을 읽고 풀었다. 식후에 화재 옹의 숙소에 가서 종일 술을 마시며 시를 읊었다. 율시 2수를 지었다.

붉은 노을로 술을 삼고 사슴으로 안주 삼는
세상 밖에 신선은 사귈 만하구나
학같이 여윈(화재가 스스로 학처럼 여위었다고 탄식하므로 이렇게 부른다.) 그대는여윈 가도(賈島)를 따를 수 있는가
서리까마귀 같은(내가 지금 무릎이 시린 병을 앓고 있다.)추운 맹교(孟郊)만 못함을 부끄러워 한다네
하루살이 같은 인생 천지간에 길을 헤매고
갈매기와 같이 평생을 보금자리에 머물지 못하네
글을 아는 것이 우환의 시작임을 알았으니
이제부턴 마침내 붓을 버리고 싶네

세월이 흘러감이 신기루 같으니
지난날 꿈인 듯 국화 피는 가을에 놀았지
고매한 사람은 시속에 붙는 것을 부끄러워하나니
태평성대에는 물러나 쉬는 것을 즐긴다네
밤에는 대궐에 기대 망미인가를 부르고
풍소(風騷)로 남쪽 땅에서 멋대로 이름을 흘리네
끝없이 눈 쌓인 밤 이와 같으니
멀리서 두약주에서 배회함을 생각하네
술에 취한 채로 저녁에 돌아와 쓰러져 자느라 글 읽기를 하지 않았다.

이미지

원문

八日
晴溫。 夕又雪。 晨 梳, 誦繹。 食後往所 終日觴詠, 記二律。
紫霞爲酒鹿爲肴 物外仙人可與交 鶴瘦【自歎其瘦 故云】君能追瘦島
鴉寒【予方苦膝寒】予愧讓寒郊 蜉蝣天地嗟迷路 鷗鷺平生未穩巢
識字從知憂患始 自今遂欲筆頭抛
逆旅光陰屬蜃樓 前遊如夢菊花秋 高人志尙羞趍附 聖世行藏樂退休
夜倚北宸歌望美 風騷南國擅名流 無邊雪月方如許 遐想裵徊杜若洲
乘醉暮歸頹臥, 廢誦。

주석

마른 가도(賈島) ... 맹교(孟郊) : 본문에 나오는 ‘瘦島’와 ‘寒郊’는 당 나라 시인 인 가도와 맹교의 시풍을 함께 이르는 말로, 송(宋)나라 문호인 소식(苏轼)의「제유자옥문(祭柳子玉文)」에 “원진(元稹)은 가볍고 백거이는 속되며, 맹교는 차갑고 가도는 앙상하다(元轻白俗,郊寒岛瘦)” 는 말이 있다. 이는 이들의 시풍(詩風)을 평가하는 말이다. 망미인가 : 임금을 그리는 간절한 심정을 뜻함.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아득히 내 마음은 하늘 한쪽에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그린다.[望美人兮天一方] ”이라 하였다. 풍소(風騷) : 풍요(風謠)와 시소(詩騷)를 말한다. 풍(風)은 『시경(詩經)』의 국풍(國風), 소(騷)는 굴원(屈原)의 「이소(離騷)」가 유명하다. 여기서는 시를 이른다. 두약주 : 두약(杜若)은 향초(香草)의 이름인데, 「초사(楚辭)」 (구가(九歌), 상군(湘君))에, “향기로운 물가에서 두약을 캐어, 장차 저 하녀에게 끼쳐주련다.〔采芳洲兮杜若 將以遺兮下女〕”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동지(同志)를 몹시 그리워하는 뜻으로 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