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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1862년 10월 18일 / _ / 壬戌
제 목 대윤과 뒷산등성이를 오르다
날 씨 맑고 봄처럼 따뜻하였다.
내 용
새벽에 머리를 빗고 『주역』을 외웠다. 낮에 화재 옹의 숙소에 가서 취하였다. 석양 무렵에 대윤과 함께 뒷산등성이를 올라 멀리 바라보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것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점점이 섬들 바다 물위에 떠 있는 것이 바둑판위에 바둑돌을 놓은 듯하였다. 가슴이 툭 틔어 마음과 눈이 다 장쾌하였다. 문득 우리네 인생도 한 알 좁쌀처럼 작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열엿새 날 밤을 걸으며 천(天) 자 운을 써서 가슴 속에 있는 울적한 기분을 쏟아내었다. 縱觀溟海碧涵天 하늘이 잠겨 푸른 바다 눈을 놓아 바라보니器量恢泓納万川 그릇이 커 온 시냇물 다 받아들이네司馬胸中呑八九 사마상여(司馬相如)의 가슴은 큰 못 여덟아홉 개를 삼킬 만하고大鵬飛處擊三千 대붕이 나는 곳에 삼천리를 치네平看宇宙皆房闥 우주는 모두 한 집같이 보이니達覺天人共變遷 하늘과 사람이 모두 변천함을 알겠네一粟浮生匏奈繫 좁쌀 같은 나그네 인생 어찌 박처럼 매달려 있으랴?雲飛島過夕陽阡 구름이 날아 지나는 섬 무덤엔 석양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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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十八日
晴溫如春。 晨 梳, 誦。 午醉華翁座。 夕陽與大允登後岡 遐朓 海天相接 一望無涯 點點島嶼 浮在海面 與碁子落 置紋揪枰一般, 胸次洞豁 心目俱壯 還覺吾生也一粟如渺渺也。 遂步十六宵 天字韻 布寫胸中鬱鬱之氣。
縱觀溟海碧涵天 器量恢泓納万川 司馬胸中呑八九 大鵬飛處擊三千
平看宇宙皆房闥 達覺天人共變遷 一粟浮生匏奈繫 雲飛島過夕陽阡

주석

열엿새 날 밤 : 18일 기사에서 16일 밤이라고 한 것은 작자의 착각이거나, 혹은 열엿새 날처럼 달빛이 밝은 밤이란 뜻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사마상여(司馬相如)의 ... 삼킬 만하고 : 사마상여의 「상림부(上林賦)」에, “초나라에는 칠택이 있어, 그중 하나인 운몽택은 사방이 구백 리인데, 운몽택 같은 것 여덟아홉 개를 삼키어도 가슴속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楚有七澤 其一曰雲夢 方九百里 呑若雲夢者八九 其於胸中曾不蔕芥]”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포부가 웅대함을 의미한다. 대붕이 ... 삼천 장을 치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하였는데, 사람이 큰 뜻을 품은 것에 비유한다. 『논어(論語)』양화(陽貨)에, “내가 어찌 박이나 오이이더냐, 어째서 한 군데에 매여 있어 음식도 먹지 못한단 말이냐.[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라고 한 말이 나오는데, 이는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