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배영두(裵永斗) 서간(書簡)
1900년 10월 3일, 배영두가 전주 유씨 삼산종가의 유생원에게 면례에 갈 수 없는 사정을 알리기 위해 보낸 편지이다. 발신자는 수신자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묏자리를 옮기는 날이 되어 그 심정이 더욱 간절하고 새로울 것이라고 하면서 옛 묘소의 풍수가 어머니에게 편하지 못한 단서를 발견하고 새로이 점쳐서 얻은 길한 자리가 효자의 인정과 도리에 유감이 없는지 물었다. 이어서 수신자의 안부를 묻고 그리운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절실하여 수신자의 일에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가려고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 독감에 걸려 찬 기운이 두려워 감히 문밖을 나가지 못해 자기를 대신해 아들을 보내게 되어 아주 한탄스럽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편지의 피봉에는 "상상 유 생원 면제전 생식근봉"이라고 적혀 있다. 이것을 보면 수신자인 유생원이 묏자리를 옮기고 장사를 다시 지낸 뒤에 입는 복제를 거행 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편지의 말미뿐만 아니라 본문 중에서 발신자는 자신을 "제"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들을 고려할 때 이는 동년배로서 자신에 대한 겸칭으로 짐작된다. 이상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할 때, 이 편지는 친구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묏자리를 옮기는 일을 거행하는데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아들을 대신 보내게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한문서찰의 격식과 용어』, 박대현, 아세아문화사, 2010
『全州柳氏大同譜』,
1차 작성자 : 하창환, 2차 작성자 : 이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