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年 10월 26일, 姜鍉가 全州 柳氏 三山宗家의 형뻘 되는 사람에게 한 帙의 책을 부쳐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보낸 편지
戊戌年 10월 26일, 姜鍉가 全州 柳氏 三山宗家의 형뻘 되는 사람에게 한 帙의 책을 부쳐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보낸 편지이다.
이 편지의 서두는 애절한 말로 시작된다. 발신자는 눈물로 호소하며 만나서 이야기하려 했으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돌아오니 오히려 회포만 더욱 깊어졌다고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편지에서 기술한 이 상황만을 놓고 보면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간절히 부탁할 일이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발신자는 자신의 심정을 나타낸 뒤에 수신자의 안부를 물었다. 발신자는 수신자에게 10월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이 평안한지 안부를 물었다. 이어서 숙부님도 건강하게 잘 지내며, 자제들도 어른들을 모시며 한결 같이 지내는지 자신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여쭌다고 하였다.
발신자는 수신자의 안부를 물은 다음 자신의 近況을 알렸다. 발신자는 언제나처럼 부모님을 모시면서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이 말에 이어 발신자는 곧장 이 편지를 쓰게 까닭에 대해 말했다. 발신자는 수신자에게 먼저 그 책 한 질을 정중히 청했으니, 잊어버렸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 門中 가운데 海隱과 松西 두 집안에는 두 帙을 모두 配布하면서 어찌 하여 시끄럽게 우리 집안에만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이렇게 다른 가문에 견주어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 발신자는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발신자는 査頓으로서의 情誼와 親戚으로서의 情誼가 크게 달라서 그렇게 한 것인지, 혹은 조상의 德을 추모하는 것을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발신자가 생각하기에는 그러한 것들 때문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을 배포하는 집사들이 그렇게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말로 수신자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이어서 곧장 발신자는 자신의 이러한 뜻을 숙부님과 戚叔 어른께 전달하여 이번에 보낼 때 붙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 말과 함께 돌이켜 생각해보니 책을 刊行할 때 열심히 일하지도 않고 扶助도 하지 않아 부끄러워 흐르는 땀을 감출 길이 없다며 발신자는 자신의 잘못도 덧붙였다. 그리고 나머지 말은 이만 줄이고 삼가 거듭 절을 올린다는 말로 편지의 끝을 맺었다.
이 편지의 피봉에는 "謹再拜 候上"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 말로는 발신자가 뭔가 부탁할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추정할 수 있어도 수신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당시 생활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느끼게 한다. 즉 이 편지에서 말하는 책이라는 것은 아마도 집안어른의 文集일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이 책의 배포는 바로 그 집안과의 親疎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라는 것을 이 편지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血緣으로서의 情誼와 祖上을 추모하는 마음을 거론하면서까지 책을 얻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할 만큼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간행하는 집안에서는 단순히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누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의 간행에 도움을 준 집안에 우선적으로 배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은 발신자가 책을 간행할 때 열심히 일하지도 않고 보조도 하지 않아 부끄러워 흐르는 땀을 감출 길이 없다고 고백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이 편지는 문집의 간행을 둘러싸고 집안 내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문서찰의 격식과 용어』, 박대현, 아세아문화사, 2010
『全州柳氏大同譜』,
1차 작성자 : 하창환, 2차 작성자 : 이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