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光武 9) 4월 14일, 權氏의 宗孫 在淵이 三峴柳氏 宗稧의 有司에게 토지를 賣渡하며 발급해준 土地賣買明文
내용 및 특징
1905년(光武 9) 4월 14일, 權氏의 宗孫인 在淵가 三峴柳氏 稧所의 有司에게 토지를 賣渡하며 발급해준 土地賣買明文이다.
이 명문이 거래를 인정하는 공식적인 문서이기는 하나 일정한 書式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관습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재해야 할 사항들이 있었다. 그것으로는 매매가 이루어진 날이 언제이며, 買收者가 누구인가와 賣渡事由를 밝혀야 한다. 이어서 賣渡物의 所在地를 비롯해 結負, 斗落, 배미[夜味] 등과 같은 賣渡物에 대한 情報와 價格, 賣渡에 따라 權利가 移讓되었음을 證言하는 文句, 그리고 賣渡人, 筆執, 證人 등이 기재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사항들 중 일부가 생략되기도 한다.
이 명문을 통해서 보면, 이 토지의 거래가 이루어진 때는 年號가 光武 9년이며, 干支가 乙巳年인 1905년 4월 14일이며, 買收者는 三峴柳氏의 稧所이다. 이 토지를 매도하게 된 事由는 단순하지가 않다. 이 명문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權氏 집안의 宗孫인 在淵가 店谷에 있는 位土畓을 放賣하려 할 때 三峴柳氏의 稧所로부터 돈 100兩을 빌려 썼다. 그런데 店谷의 位土畓을 도로 물리지도 못하고, 三峴柳氏의 稧所에서 끌어다 쓴 돈도 이미 다하였다. 그래서 부득이 蓼邨에 있는 位土田 가운데 店谷의 莫字 字號의 밭 10卜 2耕作地 4斗落을 100兩을 도로 받고 放賣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매도의 事由를 자세하게 기술한 후에 舊文記는 내어줄 수 없으니, 이후에 만약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문서를 가지고 관청에 고하여 사실의 정확성 여부를 밝히라는 말로 이 문서가 토지매매의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임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밭의 주인으로 權氏 집안의 宗孫인 在淵가 이름을 쓰고 手決을 하였다.
이 명문의 가장 큰 특징은 매도 사유를 아주 자세하게 썼다는 것이다. 조선 전기 만해도 ‘연이은 흉년을 만나 살아갈 길이 어려워서[連値凶年 生理爲難]’라든가 ‘관청에서 빌린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서[京中負債 備償無路]’라는 아주 구체적인 사유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조선 중기가 되면 ‘긴요하게 쓸 일이 있어서[要用所致]’라거나 ‘긴급하게 쓸 곳이 있어서[切有用處]’, 또는 ‘가난 때문에[貧寒所致]’라는 등의 아주 추상적인 말을 그 사유로 적었다. 이러한 표현의 변천을 보면 후기로 올수록 토지매매명문에서 매도사유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개항기의 이 문서에는 아예 賣渡事由를 적어 넣지 않은 것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문서는 오히려 그러한 경향에 역행하여 너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그 사유를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이 거래가 개인적인 것이 아닌 한 집안을 대표하는 宗孫과 한 집안의 모임인 稧所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문서에 그 사유를 기재하여 후일의 증거로 삼으려 했던 것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이 문서의 所藏處인 三山宗家의 明文들을 보면 개인의 거래에 못지않게 宗稧의 거래도 활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에 혈연적 유대를 강화하고 일족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다양한 조직[所]들이 결성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각 문중에서는 그 자제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贍學所를, 宗宅이나 祠堂 또는 精舍 등을 수리하기 위해 營建所 등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은 혈족 사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네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조직들도 있었는데, 혼례와 장례 등에 상부상조하기 위해 洞別所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 문서에 나타난 매수자인 三峴柳氏의 稧所도 일족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조직된 문중의 계모임으로 판단된다.
자료적 가치
토지매매명문은 그 자체로 고문서학, 법제사, 경제사 등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농업사회에서의 토지거래의 문서는 다른 무엇보다 당시의 경제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먼저 소유권의 이전과 그 사유를 통해 개인 가문별로 재산의 형성과정이나 그 변동 상황, 또는 토지거래에 있어 가격의 동향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문서에서처럼 매수자가 어떤 목적을 위해 결성된 별도의 조직일 경우에는 그의 활동과 운용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朝鮮中期田畓賣買硏究』, 이재수, 집문당, 2003
『증보판 한국고문서연구』, 최승희, 지식산업사, 2003
「조선과 명‧청시기의 토지 매매문서 비교 연구」 『국학연구』 17집, 전경목, 한국국학진흥원, 2010
「18세기 황윤석의 매매정보 수집과 소유권으로서의 매매명문 활용」 『민족문화논총』 제52집, 정수환,
1차 작성자 : 하창환, 2차 작성자 : 이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