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卯(1855)년에 작성된 비안 향청의 別監의 명단을 적은 〈別監行任錄〉
자료의 내용
乙卯(1855)년에 작성된 비안 향청의 別監의 명단을 적은 〈別監行任錄〉이다. 총 162명의 별감명단으로서 19세기 중반의 향청운영주체를 밝혀주는 자료이다. 여기에 등재된 姓氏는 총 27개로 앞선 시기에 작성되어 현전하고 있는 별감 명부에 비해 성관의 분포가 매우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앞선 시기에 작성된 향임록들과는 달리 개인별 差任年度가 표기되지 않았고, 극소수인의 改名만을 附記하였으며, 본 문기 말미부분이 일부 탈락된 것으로 보인다.
행임록에 입록된 이들을 살펴보면 전체 162명 중 金 46명으로 가장 많이 입록되어 있고, 이어 李 26명, 朴 16명, 張 12명, 禹·權 각 10명, 卞 8명, 鄭·全 각 5명 순이고, 나머지 18개 성관들은 1~2명 내외로, 이보다 앞선 시기에 작성된 17세기 중반~19세기 중반의 〈별감향임록〉보다는 다양한 성관들이 입록되어 있으나, 다수를 이루는 성관의 견고함은 유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다만 전씨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래 향청의 별감을 비롯한 좌수는 지역 사족 중에서 선발되어 위로 수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동시에 아래로 鄕吏를 단속하고 향촌 사회를 규찰하며 사족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로 인해 향임을 담당하는 인물은 가문의 위세, 개인의 인품, 관직 역임여부 등이 모두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본 문서가 작성되는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8, 19세기 사회경제적 변화의 구체적인 모습은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하는 하층민의 신분상승과 일부 양반의 경제적 몰락으로 대비되며,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양반들은 이제 신분 그 자체마저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양반의 경제적인 몰락은 동시에 그들의 신분적 특권을 더 이상 향유할 수 없게 하였고, 이는 곧 양반이 각종 役의 담당자로 전락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몰락양반의 경우에는 최소한 신분의 유지와 각종 역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사정은 당시까지 신분 상의 한계로 인해 향청의 직임을 얻지 못하였던 계층이나, 향임으로서의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별감이라는 직역 자체가 가지는 특권이라는 측면이 부각되어, 상호간의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는 기재로 작용한 결과가 반영되어 다양한 성씨들이 명부에 입록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으로 17세기 이후 儒·鄕이 분리되면서 향권을 장악하고 있던 사족들이 향임직 수행을 기피한 반면, 서얼·요호부민 등 위상이 낮은 새로운 세력이 별감을 비롯한 향임직을 담당하여 향임의 격이 낮아졌고, 그러한 틈에 17세기 이전까지 비안현의 재지사족으로서 지역 사회를 관리 운영하던 주도적 성관들의 분포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성씨들의 유입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18세기 이후 생산력의 발전,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이에 따른 사회신분제의 변동 등의 사회경제적인 변화는 사족의 향촌사회 지배구조의 변동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배경이 되었다. 이것은 또한 사족의 물적 토대와 향촌사회의 계급구성, 그리고 국가의 향촌사회 지배방식의 변화 등으로 구체화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농민층 뿐만 아니라 사족도 분해시키고, 아울러 국가의 지배 정책을 일정하게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고, 본 문서는 그러한 시기에 작성되었던 당시의 비안현의 향임 중 별감의 명단의 성관 분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자료적 가치
18세기 후반 이후 정치·경제·사회적 격변 속에서 양반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새로이 富를 축적한 계열이 기성의 양반가문과 함께 지역운영의 일선에 등장하는 일면을 보여주는 문서로 당시 향임 중 별감의 성관 분포로써 보여주는 문서이다. 비안향교에 소장된 명부 관련 문서는 본 문서를 포함하여 儒案·靑衿錄·校任案類·鄕案 등 비교적 다양한 문서들이 남아 있어 시기별로 비안현 및 비안향교의 주도적인 운영 주체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본 문서는 이러한 명부 가운데 19세기 중반에 작성된 것으로 조선 후기 격변하는 사회경제적 분위기 속에서의 비안의 사족 등의 인적구성의 변화양상을 별감의 인적구성 분포를 통해 보여주는 문서라고 하겠다.
『慶北鄕校資料集成』(Ⅲ), 嶺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編, 嶺南大學校 出版部, 1992.
『慶北鄕校誌』, 嶺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編, 경상북도, 1991.
『朝鮮後期 鄕校硏究』, 尹熙勉, 일조각, 1989.
『朝鮮時代嶺南書院資料集成』, 李樹健 外,, 國史編纂委員會, 1999.
1차 작성자 : 윤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