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1년에 작성된 경상도 함창현(咸昌縣) 향안(鄕案)
자료의 내용
1691년에 기존 향안을 정리한 경상도 咸昌縣 鄕錄(鄕案)으로 함창향교에 소장되어 온 자료이다. 함창향교에는 모두 7책의 향안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 향안들은 다소 중복되거나 연대가 비슷한 것이 있으나 舊案·加錄·座目·繼錄 등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본 자료는 鄕錄正案 내 鄕錄舊案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함창 향안 중 두 번째 향안이다. 鄕錄舊案 제목처럼 이전에 작성되었던 옛 향안의 향원 명단을 새롭게 정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함창 비교적 지역 초기 향원의 입록 현황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조선후기 임진왜란을 거치면 소실 된 향안들은 17세기에 집중적으로 복구가 이루어지는데 시기적으로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대체로 17세기 중엽까지 향안 입록은 재지사족들의 공론에 의해 추진되는 추세였다. 본 향안은 현전하는 자료 중 1607년 복구 된 이후 약 80년 후 1691년에 기존 향안을 다시 정리해서 만든 향안으로 입록자는 총 300명으로 임진왜란 이전 인물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향안 입록자 300명을 성씨별로 구분하면 權氏 34명, 金氏 27명, 曹·蔡氏 각26명, 申氏 24명, 朴氏 21명, 李氏 19명, 柳·洪氏 각18명, 裵·趙氏 각13명, 姜氏 12명, 鄭氏 7명, 延氏 6명, 表氏 6명, 陳氏 4명, 黃·印氏 3명, 高·盧·孫·宋·尹·張氏 각2명, 郭·安·林·元·全·崔·韓·許氏 각1명으로 총 32개 성씨가 나타난다. 권씨가 가장 많으며 김씨, 曹씨, 채씨, 신씨, 박씨, 이씨, 류씨, 홍씨 9개 성씨가 거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성씨가 조선중기 이래 유향소를 중심으로 함창의 향촌사회를 주도하던 대체적인 성씨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성관은 安東權氏, 淸風金氏, 仁川蔡氏, 平山申氏, 咸陽朴氏, 完山李氏, 晉州姜氏, 缶林洪氏 등으로 모두 邑誌類에 기재되어 있는 함창의 土姓이 아닌 來性들이다.
본 향안의 좌목은 본관, 字號, 생년간지 등에 관한 사항은 기록되어 있지 않고, 단지 성명과 관직 또는 관품만을 기재해 두고 있다. 이들 중 관직이나 관품을 보유한자는 총 130명으로 전체 구성원 중 43% 이며 관직과 관품의 종류는 42개로 확인된다. 이는 후대 작성되는 타 향안의 관직과 관품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주요 관직을 나열하면 우의정 1명, 판서 2명, 대사헌 2명, 관찰사 1명, 참판 1명, 승지 2명, 좌랑 1명, 부사 5명, 판관·校理 1명, 목사 2명, 군수 7명, 현감 3명 등으로 당시 향안의 권위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職役은 13명인 生員이다.
특히 입록자 가운데 洪貴達과 蔡壽는 당대를 대표하던 문장가였고, 그 문하에서 많은 사류들을 배출한 사림파들로 그의 일족과 후손들이 함창지역 세거하며 다수의 향안 입록자를 배출하였다. 또한 김종직 문인으로 무오사화 때 화를 입은 表沿沫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향안 말미에는 1691년인 ‘崇情甲申後四十八年辛未七月初四日修正’ 라고 기록하고 있고, 鄕任의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자료적 가치
본 향안은 임진왜란 이전 함창지역 사족들의 인적구성과 성씨분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조선시대 함창 지역에서 유향소가 운영된 것은 16세기 무렵부터라 추정되며, 향안은 임진왜란 이후 1607년 것부터 확인된다. 이 향안은 전란으로 신분제가 동요되고 피폐해진 향촌사회 복구 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이를 통해 사족 중심의 향촌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본 향안에 수록된 인물들은 당시 함창 지역 향론을 주도했던 유력한 사족 가문 출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향안 내 비중이 높은 가문들은 모두 來性들로 17세기 이전 혼인과 卜居 등을 통해 이주한 가문들의 族勢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관직이나 관품 보유자가 43%로 나타나는 것은 이 향안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되어 졌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는 17세기 향안의 특징이기도 하다.
『慶北鄕校誌』,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영남대출판부, 1991
『朝鮮後期 鄕校 硏究』, 윤희면, 일조각, 1991
『咸昌鄕校誌』, 함창향교, 2010
『조선후기 향촌사회 권력구조 변동에 대한 시론』, 김인걸,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8
『尙州誌』, 상주시, 1989
1차 작성자 : 채광수, 2차 작성자 : 이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