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10월 9일에 작성된 신참초안으로 풍기지역의 향원의 명부인 향안을 작성하기 위해 미리 작성된 것
자료의 내용
壬辰年 10월 9일에 작성된 풍기지역의 鄕案을 작성하기 위해 미리 작성된 草案이다. 총 65명의 字와 출생干支가 적혀있고, 마지막에는 공사원 2인, 좌수 1인, 별감 2인의 이름과 수결이 기록되어 있다.
향안은 조선시대 지방자치 행정기구라 할 수 있는 유향소의 구성원 명단을 일컫는 것이다. 조선시대 각 고을의 유력한 양반들은 유향소를 중심으로 자치규약을 제정하고, 수령이 있는 관청과 협조 또는 견제해가며 자신들과 고을의 이익을 반영해 나갔다. 아울러 그들만의 명부를 작성하였는데 이를 향안이라 하였다. 즉, 유향소 운영에 참여하고 향안에 입록되었다는 것은 해당 고을의 유력한 사족임을 표방하는 것이기에, 조선시대 양반들은 향안 작성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본 향안은 그러한 향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초안의 형식으로 총 65명의 인원의 인명과 字號, 생년간지 등만을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향안에 입록된다는 것은 조상대대로의 세거지에 토착하여 경제적, 문벌적으로 강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중앙권력에 대립해 온 계층들로 권력의 중앙 집중 정책에 따라 점차 지방제도가 정비되고 수령권이 강화되자 향촌사회에 대한 지배권과 우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러한 것은 곧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향안의 입록 조건은 무엇보다 까다롭고 엄격한 것이었다.
향안에 입록될 수 있는 사람은 世族이어야 했는데, 이 세족은 문벌과 지벌을 갖춘 가문으로서 대로 이어지는 사족을 말한다. 향촌사회의 지배층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권위의식의 상징으로서 사족중심의 체제를 유지하고 신분유지와 함께 향촌사회의 기강을 위해 향안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임난을 거치면서 향안입록자의 신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임난 중 의병장들은 대개가 향촌사회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족, 유생들로서 전직관료보다 오히려 未任宦 유생들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생원, 진사들이었는데 이들이 전쟁으로 대거 몰락한 반면, 생존한 자들의 권위는 더욱 신장되고 사회적 신분도 상승하여 향촌사회에서의 그들의 역할은 더욱 증대되었다. 또한 각종 군공과 공명첩의 남발로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성장한 신흥 양반들이 서서히 향안입록을 꾀하게 되었다. 여기에 향권장악을 둘러싸고 전통적인 原鄕과 新鄕 사이에 향전이 발생하고, 儒鄕의 구분이 발생하는 등 향전이 더욱 심화되어 갔다.
향안에 입록되는 것은 엄격한 통제하에서 私情을 배격하고 公論으로 결정하였다. 각 읍지 및 향규조의 규정을 보면 거의가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나 풍기지역의 향안입록에 대한 이복절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동지역에서는 먼저 草案에 기록하여 一鄕의 通議를 거친 다음 향선생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서 正案에 기록하였다는 《永嘉誌》의 내용으로 보아 풍기의 신참초안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이 문서 또한 그러한 배경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초안의 결과물인 향안이 현재 남아있지 않아 新薦된 숫자에 비해 입참자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초안이 연대미상의 것이 하나가 더 남아 있긴 하나, 新薦의 횟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리고 입참방법에 대한 내용도 남아있지 않은 단점도 있다.
기록된 65명 가운데, 풍기지역의 토성과, 일찍부터 이주해온 재지사족들의 성관인 李氏, 黃氏, 權氏, 金氏, 秦氏, 蔡氏 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향안의 주요 구성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적 가치
향안은 조선시대 자치행정기구인 유향소의 구성원 명단으로 조선시대 재지사족들은 향안을 폐쇄적, 배타적으로 운영하며 향안을 통해 재지사족 중심의 향촌지배질서를 확고히 해나갔다. 풍기지역의 향안입록과 관련된 자료가 없어 향안입록의 양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 초안은 안동지역에서는 먼저 草案에 기록하여 一鄕의 通議를 거친 다음 향선생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서 正案에 기록하였던 것과 같은 배경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鄕案硏究」『大丘史學』第 26輯, 申正熙, 民音社, 1990
『嶺南士林派의 形成』, 李樹健, 嶺南大學校 出版部, 1979
『韓國의 鄕校硏究』, 姜大敏, 경성대학교 출판부, 1992
『嶺南鄕約資料集成』, 吳世昌 外,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6
1차 작성자 : 윤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