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慶尙道尙州牧外西面 일대에서 시행되고 있던 洞約이 임진왜란으로 중지되자, 1618년 이 지역 출신의 사족 金寭가 이를 重修하면서 작성한 序文
松灣逸稿 單松灣先生逸稿 卷之一 序 洞約西松灣先生逸稿 卷之一 八
卷1 詩,書,祭文,序,策, 卷2 附錄
[내용 및 특징]
조선시대 향약은 향촌교화를 비롯해 구성원 간의 결속력 강화, 또는 향촌자치규정으로 운영되었으며, 재지사족들이 이를 주도하였다. 대체로 16세기를 기점으로 향촌사회에서는 사림 세력에 의한 향약 보급이 확산되어 갔다. 이때 향약은 새롭게 제정되기도 하였으며 종전에 시행되어 오던 鄕規 및 각종 契 조직의 규정과 접목되어 시행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향약은 시행 지역과 대상, 구성원의 성격 등에 따라 鄕約, 洞約, 洞契, 族契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이중 동약은 시행 주체가 되는 재지사족의 거주지가 그 중심지였으며, 이곳에 거주하는 사족 간의 결속력 강화 및 하층민을 통제하는 향촌지배 규정으로 운영되었다.
조선전기 慶尙道監營이 위치했던 尙州牧에서도 16세 무렵 동약이 시행되었다는 기록을 확인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본 자료는 임진왜란으로 중단된 동약을 1618년 4월 새롭게 重修하면서 작성한 金寭의 序文이다. 서문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동약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동약 시행 지역과 대상, 연혁 및 제 규정 등은 파악 할 수가 없다. 다만 김혜의 서문을 통해 단편적인 성격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이다.
서문에 따르면 먼저 투박해진 인심을 순박하게 하고 경박해진 習俗을 바르게 하며, 患難이 생겼을 경우 서로 도와주고 경사가 있으면 서로 축하해 주어 풍속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契를 결성했다며, 그 의의를 밝히고 있다. 향촌 교화와 상부상조를 통한 구성원 간 결속력 강화가 이 동약의 실질적인 운영 목적이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리하여 洞里의 父老가 이전 성현의 규범을 모방하여 제 규정을 제정하였으나, 전란으로 시행되지 못해 개탄스러운 사정이라고 하였다. 16세기 경 父老들에 의해 제정되었던 동약이 임진왜란으로 廢해졌으며, 이것을 복구하였음이 확인된다. 전란 후 동약의 중수는 피폐해진 향촌사회 복구와 맞물려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전란으로 어수선해진 사족 중심의 향촌지배질서 재정립 및 被禍를 당한 사족의 결속력 강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柳成龍이 定制한 것에 의거하여 새롭게 규약을 만들었으니, 約員들이 힘을 다해 규정을 준수하고 시행해 줄 것을 바라며 서문을 마치고 있다. 류성룡이 定制한 규정은 『永嘉誌』 수록 「新定十條」로 생각된다. 「신정십조」는 1608년 류성룡의 유지에 그 문인이 제정한 安東의 鄕規이다. 金寭는 류성룡의 문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승의 영향을 받아 「신정십조」의 일부 규정을 모방하여 동약을 중수한 것이다.
한편, 본 동약이 시행된 지역은 尙州牧外西面 일대의 동리로 여겨진다. 외서면 일대는 尙州金氏 집성촌이 대거 분포한 곳이며, 김혜 역시 이곳 출신이다. 그리고 그의 遺稿인 『松灣先生逸稿』의 「行狀」에 따르면, 光海君 집권기 벼슬을 버리고 향리에 은거하며 그곳에서 鄕約 시행과 講學에 열중했다고 나타나 있는데, 이때 시행한 향약이 본 동약으로 여겨진다. 이로 미루어 보아 김혜의 거주지와 외서면 일대의 인근 동리가 동약의 시행 지역이었던 것으로 추정 할 수 있다.
[자료적 가치]
임진왜란 이후 상주지역 재지사족의 동향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사족의 정착이 빨랐던 경상도상주목에서는 16세기 중반 이전부터 재지사족 중심의 鄕約이 시행되고 있었다. 또한 각 洞里에서도 혈연, 혼인관계를 바탕으로 한 同約 및 각종 契 조직을 결성하였으며, 이를 매개로 사족 간 결속력을 강화하고 사족 중심의 향촌지배질서 확립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향촌은 피폐해지고, 구성원들의 사망과 피난으로 대부분의 동약은 폐지되었다. 전란이 끝나자 재지사족들은 향촌사회 복구와 아울러 본 자료에서와 같이 동약 중수를 시도하였다. 전란으로 어수선해진 향촌질서 재확립의 방편으로 종래에 시행되어 오던 동약 중수가 요청되었기 때문이다.
『松灣先生逸稿』, 金寭,
『永嘉誌』,
『嶺南鄕約資料集成』, 吳世昌 外,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6
『民族文化論叢』8, 鄭震英, 嶺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1987
『조선후기 향약연구』, 鄕村社會史硏究會, 民音社, 1990
이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