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거창 거창향교(居昌鄕校)에서 발간한 자료이다. 원래 향안(鄕案)이라는 것은 조선시대 때, 각 고을의 자치기구로 설치된 유향소(留鄕所)와 향청(鄕廳) 구성원의 명부로, 고을 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양반 세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양반으로의 신분상승을 꾀하는 자들이 향안에 참여하기를 요구하면서, 향안 작성에 있어 큰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후기에 전국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지금의 경상남도거창군에서도 발생하였었다. 이에 새롭게 향안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세력과 이들의 참여를 막는 세력이 별도로 향안을 작성함으로써 작성 주체가 다른 여러 편의 『거창향안』이 조선시대 때 만들어지게 된다. 1980년에 간행된 본 향안은 근대 이전의 이러한 갈등이 해소된 후, 기존에 있던 여러 편의 향안을 한 데 엮어 편찬한 것으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거창군을 주도하던 구성원들의 성격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1980년 경상남도거창군의 거창 거창향교(居昌鄕校)에서 간행한 향안(鄕案)이다. 원래 향안은 조선초기 지방자치 기구로서 존재했던 유향소(留鄕所) 운영을 주도한 사람들의 명단으로, 서울 경재소(京在所)에 비치된 경안(京案)에 대칭하여 쓰인 명칭이다. 사실상 해당 지역의 향권(鄕權)을 장악하던 재지사족(在地士族), 즉 향중사류(鄕中士類)들의 명부인 것이다. 그런데 향안은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성격상의 변화를 보여주게 된다. 특히 국가 재정확보를 위한 공명첩(空名帖)의 남발과 서얼 허통(許通)과 같은 정책은 신분상의 혼란을 초래하게 되며, 이는 기존 향안 질서의 변화를 가져왔다. 『거창향안』 역시 조선시대 거창 지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던 사족들의 명단으로, 조선후기 사회적 변화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현재 거창지역에는 여러 종류의 향안(鄕案)이 산재하고 있다. 시기와 작성 세력을 달리하여 발간되었기 때문인데, 조선후기 서얼 허통문제와 무신난(戊申亂)이라는 이 지역에서의 특수한 역사적 사건이 향안 작성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실재 현재 거창지역에는 일제시대 때 발간된 『거창향안(居昌鄕案)』, 『경상남도거창향안(慶尙南道居昌鄕案)』이 있으며, 무신난과 관련되어 발간된 『무신전향안(戊申前鄕案)』, 『무신전구향안후손록(戊申前舊鄕案後孫錄)』 등의 다양한 종류의 향안이 발견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할 『거창향안」은 1935년 도장재(道章齋)에서 발간된 향안을 기저로 하고 있으며, 1980년 「증보속간향안(增補續刊鄕案)」을 추가하여 거창 거창향교(居昌鄕校)에서 발간한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향안은 유향소의 후신 격인 향청(鄕廳)에서 발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에는 향교가 폐지된 향청의 상징적 기능의 일부를 이어 받게 되는데, 거창 거창향교에서 본 향안을 발간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본 향안의 구성은 먼저 시기를 달리하는 네 편의 서문을 우선 기록하고 있으며, 이어 명부를 수록하고 있다. 명부는 먼저 1677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사10월5일중수향안(丁巳十月五日重修鄕案)」을 시작으로 시기를 달리하는 31편의 조선후기 거창의 향안이 뒤이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1980년 속간(續刊) 된 향안이 수록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20세기 후반의 인물들이 기재되어 있다.

서문은 모두 네 편으로, 첫 번째 것은 1633년 7월에 거창의 유학(幼學) 이준함(李俊馠)이 작성하였다. 이준함의 서문에는 우선 거창에서 향안이 작성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京)과 향(鄕)은 제도가 달라 별도로 명부를 만들어 향음례(鄕飮禮)와 강학(講學)의 바탕으로 삼았으며, 여기에는 거창의 토성(土姓)과 명문 갑족(甲族)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진왜란의 기간 중 소실되어, 난이 끝나고 1599년 가을에 거창의 부로(父老)들이 모곡정(茅谷亭)에 모여 논의를 통해 향안 잔편(殘篇)을 엮어 새롭게 향안을 중서(重書)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실된 인명 모두를 수록하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문에 나오듯이 임진왜란 이전에도 향안이 작성되었으나, 전란으로 모두 소실되고 새롭게 작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난이 끝난 후 각읍의 사족들은 향촌의 신분질서의 확립 차원에서 소실된 향안을 복구하는 작업을 펼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향안 입록(入錄)과 관련된 각종 갈등이 노정된다.

두 번째 서문은 정사년(丁巳年)에 거창의 유학(幼學) 정유년(鄭維秊)이 작성하였다. 본 서문에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복구 된 향안이 새롭게 편찬되는 연유가 언급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거창에 향안이 만들어진 유래가 오래되었으며, 비단과 자물쇠로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고 한다. 그런 유래가 100년이나 되었는데, 근래에 무뢰하게도 김재만(金再縵)이 향안이 보관된 함의 자물쇠를 부수고, 향안에 기재된 향원(鄕員)의 이름을 칼로 도려내는 사건이 일어나 옛날과 같이 향안을 중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향안 등재 인물의 후손들이 경계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문의 찬자인 정유년(鄭維秊)이 1629년생이고, 정사 10월 5일 중수향안의 후반부에 기재된 인물들이 17세기 초반 출생인 것으로 보아 1677년에 본 서문이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김재만에 의한 향안 파괴로 중수가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김재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전말이 전해지지 않아 향안 파괴의 연유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17세기에 전국적으로 향안이 중수되는 과정에서 신분상의 갈등이 양상되었다. 원래 향안은 삼참(參參)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비록 고위 관직에 올랐다하더라도 조건이 여기에 충족되지 않으면, 향안에서 제외되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양반의 수적 증가와 임진왜란 이후의 신분질서의 문란으로 인해, 자격이 충족되지 못하는 인물들이 향안에 입록되었고 그 과정에서 가문 간, 당색 간, 신분 간의 갈등이 나타났다. 김재만의 사건으로 인한 「거창향안」의 중수도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세 번째 서문은 1744년 이장오(李章吾)가 작성하였다. 여기에는 삼분(三分)된 향안이 합해지게 되는 연유가 나타난다. 서문에 따르면 제창(濟昌)에서 향안이 만들어진지 오래이나, 근래에 풍속과 기강이 타락하여 향안이 세 개나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이들이 각종 명목으로 자신들의 향안을 내세우면서 싸우고 있는 사정을 한탄하고 있다. 그래서 성상(聖上) 즉, 당시 국왕이었던 영조(英祖)가 탕평(蕩平)하던 의의를 본받아 삼분된 향안을 합하여 새롭게 만들게 되었고, 잘못된 습속은 혁파되기를 당부하며 서문을 마치고 있다. 여기에 나타난 「거창향안」의 삼분은 17세기부터 노정되기 시작한 향안 입록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로 보여진다. 일향(一鄕) 내 가문 간, 당색 간, 신분 간의 갈등은 결국 다종의 향안 작성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서문에서처럼 3종의 향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1728년에 있었던 무신난(戊申亂) 역시, 향안이 여러 개로 작성되는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실제로 거창지역에서는 무신난이 일어난 이후, 이와 관련이 없는 가문만 별도로 향안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서문은 작성 시기와 찬자가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서얼 통청(通淸)에 대한 내용과 ‘아성상(我聖上)’이라는 문구로 보아 18세기 후반 정조(正祖) 연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 서문에는 서얼 입록에 대한 당위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래 향촌에는 삼안(三案)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세종(世宗) 조에 서선(徐選)이 서얼의 진출을 막았고, 중종(中宗) 조에 서얼 출신인 유자광(柳子光)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여 지금까지 삼안에서 서얼이 제외되고 있었다. 그래서 억울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우리 성상께서 통청하라는 옥음(玉音)을 내렸으나, 거창에서는 성교(聖敎)를 따르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옛적 한(漢)나라의 위청(衛靑)과 송(宋)나라의 범중엄(范仲淹)이 서얼이지만 큰 업적을 남겼듯이, 통청의 성교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성상이 ‘탕탕평평(蕩蕩平平)’하는 의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서얼에 대한 향안 입록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마지막 서문에서는 서얼 허통에 따른 향안 입록 양상의 변화가 나타난다. 정조 연간 서얼에 대한 향안 입록을 법적으로 보장 받으면서, 향촌 내 입지를 키운 서얼들은 향안의 입록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서얼의 입록이 이루어지자 기존의 사족들은 향안에서 스스로 탈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서얼들과 이름을 같이 하기를 거부하며, 별도의 향안을 작성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거창향안」 뿐만 아니라, 조선후기 향안 작성에 있어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실제 18세기를 기점으로, 본 향안의 기재 인물의 직역(職役)을 볼 때, 질적인 면에서 후기 입록 인물의 수준이 크게 떨어짐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서문 다음에는 모두 33편의 향안이 기재되어 있다. 가장 먼저 기재된 것은 1677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사10월5일중수향안(丁巳十月五日重修鄕案)」이다. 여기에는 군수(郡守)를 역임했던 신맹종(愼孟終)을 포함하여 476명이 기재되어 있다. 시기적으로는 15세기 후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로 거창 출신의 대표적인 학자와 관료를 망라하고 있다. 기재방식은 먼저 관직이나 직임 등을 표시하고, 이어 성명, 본관을 기재하였는데, 17세기 이후에 활약한 인물의 경우 성명과 본관 사이에 자(字)와 출생 간지도 함께 수록하였다. 중수향안에 기재된 476명을 본관별로 살펴보면, 모두 36종의 본관과 성씨가 확인된다. 이중 거창신(居昌愼) 60명, 성산이(星山李) 49명, 파평윤(坡平尹) 34명, 선산김(善山金) 34명(일선김씨 6명 포함), 연안이(延安李) 33명, 동래정(東萊鄭) 32명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남평문(南平文), 밀양변(密陽卞), 완산이(完山李), 진양형(晋陽邢), 하빈이(河濱李), 하양허(河陽許)에서 10명이 넘는 입록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거창의 토성(土姓)으로 류(劉), 정(丁), 장(章), 신(愼), 주(朱) 5성이 기재되어 있는데, 중수향안에서는 류씨(5명)와 신씨를 확인할 수 있어 토성과 타지에서 온 여러 성씨가 두루 입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수향안 입록자 직역은 모두 400명의 것이 기재되어 있는데, 유학(幼學)이 94명으로 가장 많고, 양반들이 입속되는 병종(兵種)인 충의위(忠義衛)가 64명, 충순위(忠順衛)가 12명이다. 관직별로는 참봉(參奉)을 역임한자가 40명으로 가장 많고, 군수(郡守)와 현감(縣監)을 역임한 자가 각각 11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생원(生員)과 진사(進士)도 15명이다. 그 외 부사(府使), 현령(縣令), 판관(判官), 감찰(監察), 봉사(奉事), 직장(直長), 첨사(僉使), 만호(萬戶) 및 각종 서반(西班) 체아직(遞兒職) 등의 관직을 역임한 자가 기재되어 있으며, 좌찬성(左贊成)을 역임한 조경(趙絅)과 같은 고위직의 관료도 확인 할 수 있다. 즉 중수향안에는 거창 출신의 대표적인 학자와 관료 대부분이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중수향안 다음에는 근대 이전의 입록자를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향안 31편이 엮여져 있다. 기재 순서별 입록자 수는 「임신정월초3일(壬申正月初三日)」 34명, 「갑신4월19일(甲申四月十九日)」 83명, 「을유5월초3일신미안(乙酉五月初三日辛未案)」 29명, 「을유5월초3일정축안(乙酉五月初三日丁丑案)」 45명, 「병신정월초4일신사안(丙申正月初四日辛巳案)」 20명, 「신묘8월24일갑신(辛卯八月二十四日甲申)」 33명, 「신묘8월24일을유(辛卯八月二十四日乙酉)」 42명, 「무신3월초4일정해안(戊申三月初四日丁亥案)」 55명, 「무신3월초4일신묘정조안(戊申三月初四日辛卯正朝案)」 20명, 「신묘8월24일향안(辛卯八月二十四日鄕案)」 40명, 「병신정조안(丙申正朝案)」 64명, 「무신3월초4일(戊申三月初四日)」 90명, 「갑자3월27일(甲子三月二十七日)」 66명, 「갑자11월초7일(甲子十一月初七日)」 55명, 「계사6월22일향안(癸巳六月二十二日鄕案)」 39명, 「갑오십월일(甲午十月日)」 149명, 「신묘정월초4일안(辛卯正月初四日案)」 12명, 「신묘7월7일안(辛卯七月七日案)」 21명, 「계사3월3일안(癸巳三月三日案)」 18명, 「병신안(丙申案)」 7명, 「정유정월초4일안(丁酉正月初四日案)」 34명, 「정미9월15일안(丁未九月十五日案)」 35명, 「무신정월일안(戊申正月日案)」 13명, 「정사5월15일안(丁巳五月十五日案)」 28명, 「신유3월10일(辛酉三月十日)」 104명, 「갑자11월11일(甲子十一月十一日)」 22명, 「신묘안(辛卯案)」 39명, 「병신안(丙申案)」 7명, 「무신안(戊申案)」 17명, 「정사안(丁巳案)」 40명, 「기미안(己未案)」 51명으로 모두 1,312명이 기재되어 있다.

각 향안이 만들어진 시기와 작성 연유에 대해서는 단순히 간지와 명단만 기재되어 있어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사마방목(司馬榜目)』에 기재되어 있는 거창 출신의 생원과 진사, 거창을 대표하는 성씨 세력의 족보를 검토해 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임신정월초3일」 향안이 1692년에, 마지막의 「기미안」에는 18세기 초반의 출생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799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 할 수가 있다. 대략 100여년 동안에 작성된 향안들을 합쳐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는 18세기 는 하층민들의 신분 상승, 서얼의 허통 문제라는 조선후기 사회 구조상의 변동과 거창 지역에서 일어난 무신난으로 인해 향안 작성에 있어, 여러 갈등이 노정되던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거창에서도 작성 주체를 달리하는 다수의 향안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임신정월초3일」에서 「기미안」까지의 향안에 나타나는 명단 기재방식의 다양성, 시기의 중복 등이 이상의 사실을 말해준다. 실제 기재방식의 경우 직임․성명․본관․자(字)․출생 간지를 기록한 경우, 직임․성명․본관만 기록한 경우, 성명만 기록한 경우, 생사 여부를 기재한 경우 등 다양하며, 향임(鄕任)의 기재 역시 일률적이지 않다.

한편 「임신정월초3일」에서 「기미안」까지의 향안에 입록된 인물의 직역 등을 「정사10월5일중수향안」과 비교해 볼 경우, 유학(幼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조선후기에는 지방 출신의 사족이 관로에 진출하는 길이 많이 좁아졌다고는 하지만, 「정사10월5일중수향안」과 비교했을 때 관직명이 기재된 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생원과 진사 역시 대폭 감소했다는 것은 향안 입록자의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신분 상승한 하층민과 서얼 등이 기존의 까다로운 절차를 깨고 향안 입록을 이루게 된다. 향안에서 이렇게 신분상의 혼효(混淆)가 이루어지자 기존의 명문 사족들 가운데는 향안 입록을 거부하는 자들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곧 향안 입록 세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되었다. 반면 신분 상승을 바라는 이들의 입록이 늘어나면서, 입록 인원의 양적 팽창이 나타나, 「정사10월5일중수향안」과 비교해서 다양한 성씨와 본관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 「기미안」까지의 향안 마지막에는 경상남도(慶尙南道)거창군(居昌郡) 향안인쇄시(鄕案印刷時) 파임기(爬任記)가 있는데, 도감(都監) 2명, 도청(都廳) 3명, 교정(校正) 11명, 감인(監印) 3명이 기재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는 한말에 벼슬을 역임하거나,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한 자들도 확인된다. 이와 같이 「정사10월5일중수향안」에서 「기미안」까지의 향안을 한 책에 집록한 것은 이전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신분상의 갈등과 이해관계가 크게 감소한 일제시대에 접어들어서야 기존의 향안을 종합한 『거창향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한편 이상까지의 향안 입록 명단은 소화(昭和) 10년(1935) 거창군월천면(月川面)도장재(道章齋)에서 간행한 『거창향안』과 일치한다. 따라서 1980년에 간행한 본 『거창향안』은 1935년 간행된 향안을 기저로 하고, 앞부분에는 역대 주요 향안의 서문을 집록해 놓고, 뒷부분에는 1980년 간행 당시의 향안 명부를 추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창향안』의 마지막에는 1980년(음력 기미 12월)의 「증보속간향안(增補續刊鄕案)」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모두 1,036명이 읍면별로 기재되어 있는데, 입록자는 성명․자(字)․출생 간지․본관, 그리고 면리 단위의 거주지가 표시되어 있다. 읍면별 기재 인원수는 거창읍(居昌邑) 233명, 주상면(主尙面) 111명, 웅양면(熊陽面) 64명, 고제면(高梯面) 75명, 가조면(加祚面) 263명, 가북면(加北面) 79명, 남하면(南下面) 91명, 남상면(南上面) 120명이다. 주목할 것은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안의현(安義縣)과 삼가현(三嘉縣)의 땅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편입된 4개면은 본 향안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근대 이전 거창에 속하던 행정구역 출신만 기재해 놓은 것이다.

「증보속간향안」에 기재된 성씨와 본관은 모두 111종이 확인된다. 인원 순으로는 선산김(善山金)이 9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동래정(東萊鄭) 64명, 밀양박(密陽朴) 56명, 김해김(金海金) 51명, 거창신(居昌愼) 50명, 경주최(慶州崔) 47명, 영천이(永川李) 40명, 경주김(慶州金) 38명, 연안이(延安李) 31명 순이며, 그 외 다양한 성씨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이중 일부 성씨와 본관은 근대 이전의 향안에서 수적 비중이 매우 낮거나, 확인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근대 이후 거주지 이전으로 추가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신분제 폐지 이후 향안 성격의 변화에 따른 입록 범위의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증보속간향안」의 기재 인원수는 각 읍면의 인구수 및 현재 거창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각 성씨와 본관별 인구수와 거의 비례하여 분포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향안 입록자의 수가 근대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하였음은 향촌 운영권과 관련되었던 향안의 성격이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전통의 계승과 일향(一鄕) 구성원의 결속력 강화의 목적으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자료적 가치]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창지역 향촌 운영의 추이를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향안은 조선시대 유향소와 향청 구성원의 명단으로 실질적인 일향 내 향권 장악 세력을 기재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임진왜란 이전만 하더라도 향안의 입록은 매우 까다로웠다. 『거창향안』에도 그러한 특징이 반영되어 17세기 이전의 기재 인물만 하더라도 거창 출신의 대표적인 학자와 관료가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하층민의 신분상승, 서얼의 허통 정책 등으로 향안 입록을 희망하는 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문 간, 당색 간, 신분 간의 갈등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복수의 『거창향안』이 발간되었으며, 입록된 인물의 사회적 지위도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신분제가 폐지된 20세기 이후, 『거창향안』은 이전에 발간된 복수의 향안을 합쳐 새롭게 편찬되지만, 현대사회에 있어 향안은 향촌 내 지배질서 확립이라는 전통적인 성격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계승과 결속력 강화라는 목적 하에서 운영이 되었다. 이러한 추이는 『거창향안』 구성원의 분석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