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辰年 경주향교의 士林들이 慶州府尹에게 올린 품목으로 孝行이 뛰어났던 北道面魯洞里 거주 金英淑의 妻 李氏에 대한 襃揚을 청하는 내용
내용 및 특징
甲辰年 경주향교의 사림들이 경주부윤에게 올린 稟目이다. 품목의 내용은 慶州府北道面魯洞里에 거주하는 金英淑의 妻 李氏의 효행에 대한 襃揚을 청원하는 내용이다. 품목에는 都正孫相奎와 朴文性, 主事金基文, 그리고 李能相을 비롯한 34명의 幼學이 참여하였다. 문서의 하단에는 20일에 내려진 경주부윤의 題辭가 있다. 경주향교에는 본 문서를 비롯하여, 辛丑年 9월 北道面의 사림이 올린 文報와 乙巳年 9월에 慶州鄕校 儒林 鄭濟勛 등의 上言이 함께 소장되어 있어서 襃揚을 청원하는 전후 사정을 살펴 볼 수 있다. 품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품목의 첫머리에는 襃善과 揚美가 조정의 오랜 盛典이므로, 孝人의 襃揚에 대한 당위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 김영숙의 처 이씨의 효행을 열거하였다. 김영숙의 처 이씨는 경주부북도면노동리에 거주하는 자로 그 시아버지에 대한 孝行이 실로 뛰어났다. 연전에 시아버지 金學俊이 어떠한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널리 의원에게 물어보니 노루고기를 약으로 만들어 먹이면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이씨는 여러 날 沐浴齋戒하고 성심껏 하늘에 비니, 어느 날 산에서 노루가 門庭에 스스로 이르렀다. 이씨는 곧 노루를 잡아 약을 만들어 시아버지에게 먹이니 과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시아버지가 痰痛에 걸려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綾蛇를 잡아 약으로 만들어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때는 겨울이라 뱀들이 모두 굴속에 들어가 綾蛇를 구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밤낮으로 하늘에 정성껏 비니 과연 綾蛇 한 마리가 홀연히 창 앞에 나타났다. 곧 綾蛇를 잡아 약으로 만들어 시아버지에게 먹이니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나이가 86세가 되니, 심히 老衰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이씨가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이니 이틀을 더 살고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러한 이씨의 효행을 사림들은 感物의 현상을 이야기한 王鯉孟筍의 고사에 비유하며, 그녀를 襃揚하자는 것이 一鄕의 공론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稟目를 올려 수령이 중앙의 해당 부서 즉, 禮曹에 보고하여 襃揚이 될 수 있도록 청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부윤은 20일자로 題辭를 내렸다. 題辭에는 효성이 嘉尙하다며, 이씨의 闡揚을 해당 부서에 보고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자료적 가치
조선후기 孝行襃獎 활동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18세기 이후, 사족들은 忠節과 孝行이 있었던 인물에 대한 追崇 사업을 활발히 펼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忠節과 孝行에 대한 旌閭를 조정에 청원하는 것이다. 18~19세기가 되면 선조를 襃揚함으로써 향촌 내 지위를 확고히 하고 문중의식을 강화하려는 재지사족들과 官路가 막힌 지방의 사족들을 慰撫하려는 중앙의 의도가 맞물려 이러한 旌閭가 남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본 문서의 이씨에 대한 襃揚 역시, 경주지역 사림들의 이러한 의도가 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
『慶北鄕校誌』, 嶺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慶尙北道, 1991
『慶北鄕校資料集成(Ⅰ)』, 嶺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嶺南大學校 出版部, 1992
『古文書와 兩班文化』, 鄭求福, 一潮閣, 2002
이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