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년에 제정된 鄕規舊條를 보완하여 1605년에 제정한 安東府 鄕規로, 士族 중심의 향촌지배질서 확립이 이루어지던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
永嘉誌永嘉誌 卷之五 鄕規舊條永嘉地 卷之五 三
元 : 1卷 沿革,邑號,各縣沿革,疆域,鎭管,界守官所屬,官員,形勝,風俗,各里,戶口, 2卷 山川,土品,土産 / 亨 : 3卷 館宇,樓亭,城郭, 4卷 鄕校,壇廟,書院,書堂 / 利 : 5卷 鄕射堂,軍器,驛院,匠店,烽燧,道路,堤堰,灌漑,津渡,橋梁,池塘,林藪, 6卷 古跡,佛宇,古塔,名宦,任官 / 貞 : 7卷 姓氏,人物,流寓,寓居,善行,閨行,見行,孝子,烈婦, 8卷 塚墓,叢談
내용 및 특징
1605년 安東府 留鄕所에서 제정한 鄕規이다. 權紀가 편찬한 『永嘉誌』에 수록되어 있다. 같은 책에 수록되어 있는 1588년 제정, 鄕規舊條와 구분하여 新定十條라 부른 듯하다. 鄕規舊條가 미비한 까닭에 이를 보완하여 마련한 것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향촌에 기거하고 있던 柳成龍이 정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1604년 안동부의 座首李庭檜에 의해 작성이 시도되었다가 1605년 柳成龍의 명으로 權行可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新定十條의 10조항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重鄕任(향임을 중히 여긴다). 鄕中에서 나이와 덕망 있는 이를 추대하여 座首로 삼고 조행 있는 세 사람을 別監으로 삼되 鄕案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뽑지 않는다. 향임을 뽑을 때는 먼저 공론에 따라야 하며 사사로운 情에 끌려 잘못된 사람을 임명하여 고장의 풍속을 해쳐서는 안 된다. 두 번째 嚴會儀(會儀를 엄격히 한다). 매년 봄,가을 講信禮를 행함에 座首와 別監이 主席이 되고 品官은 연장자부터 좌석을 정한다. 손님자리에 있는 연장자는 남향해서 서쪽으로 오르고, 벼슬이 높은 사람은 남향해서 동으로 올라 좌정한다. 별감은 큰 소리로 규약을 읽는다. 獻酬는 鄕約燕集禮에 의한다. 향중의 모든 큰일에 어른들을 청하는 것은 公議대로 할 것이며 執綱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무단으로 참석치 않는 자, 자리를 어지럽히고 예의에 벗어나는 자, 좌중에서 다투는 자, 자리를 비우고 한쪽에 물러나 있는 자, 이상은 下罰한다. 세 번째 厚彛倫(도리를 두터이 한다). 부모를 따르지 않는 자, 祖父母 이상도 같다. 형제끼리 싸우는 자, 家道를 어지럽히는 자, 이상은 上損이다. 친척과 화목하지 못하는 자, 正妻를 소박하는 자, 이상은 中損이다. 네 번째 正鄕案(鄕案을 바르게 한다). 내외가 士族으로 허물이 없는 사람을 향안에 올리되 기록할 때는 먼저 초안을 써서 고을 전체의 의논을 거쳐 모두 좋다고 해야 하며, 또 鄕先生에게 물어서 다른 말이 없으면 正案에 적는다. 다섯 번째 明禮俗(禮俗을 밝힌다). 어른이 자기보다 20년 연장으로 아버지 연배이면 문안을 드리고, 길에서 만나면 말에서 내린다. 吉凶慶弔 때는 이웃 친척들도 향약에 의해 거행하되, 어기는 자는 들리는 대로 벌을 정한다. 관청과 연결하여 고장의 풍속을 문란하게 하는 자, 鄕長을 능욕하는 자, 이상은 上損이다.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자, 친구들끼리 싸우는 자, 염치를 돌아보지 않고 양반의 기풍을 더럽히는 자, 조직을 만들어 행패를 부리는 자,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힘이 자라면서도 앉아서 볼 뿐 구원을 않는 자, 혼인이나 장례에 까닭 없이 때를 넘기는 자, 鄕令을 따르지 않는 자, 鄕論에 불복하고 도리어 원심을 품는 자 등은 中罰이다. 기운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고 예절을 무시하며 거만한 자, 舊官을 전송함에 까닭 없이 불참하는 자, 이상은 中罰이다. 여섯 번째 尊高年(나이 많은 이를 공경한다). 일흔살 된 이는 향중에서 특별히 우대하며 모든 면으로 극진히 보호하고 보살핀다. 만일 침해하거나 업신여기는 자는 그 죄에 한 등급을 더한다. 여든살 된 이는 여러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은 所任에 뽑지 않는다. 아흔살 된 이는 여러 아들을 모두 뽑지 않으며 정초에는 집강이 술과 과일을 갖추어 찾아 위로하고 죽으면 제물을 올린다. 講會 때 일흔 다섯 살 이상으로 모임에 올 수 없는 이는 술과 안주를 집에 보내 드린다. 일곱 번째 禁非違(非違를 금한다). 모든 품관이 까닭 없이 관청에 드나들며 사리사욕을 꾀하여 폐단을 짓는 자, 행실이 부정하여 풍습을 해치는 자, 지주를 헐뜯거나 내외에 널리 터무니없는 말을 퍼트리는 자, 이상은 上損하며 고치지 못하는 자는 추방한다. 망녕되게 위세를 지어 관청을 시끄럽게 하거나 사사로움을 행하는 자, 힘센 것을 믿고 약한 이를 업신여겨 침해하여 뺏거나 다툼을 벌이는 자, 공사 모임에서 관청의 행정을 시비하는 자, 없는 말을 만들어 남을 죄에 빠뜨리는 자, 관의 소임을 맡아 공을 빙자하여 사리를 도모하는 자, 일을 맡아 조심성 없이 고장의 풍습을 더럽히는 자, 이상은 中損이며 고치지 못하면 上損이다. 여덟 번째 治吏胥(하급관리들을 다스린다). 양민들 사이에 드나들며 함부로 뒤지거나 탐하여 거두는 자, 각 읍의 해당 부서에 인연을 대고 폐단을 만드는 자, 官司를 속이고 政令을 훼손하는 자, 여러 가지 貢物을 거두면서 협잡하는 자, 예절을 무시하고 향중의 풍속을 해치는 자, 양민을 함부로 차지하여 몰래 부리는 자. 세력에 붙어서 本役을 피하는 자, 良家의 딸이나 官婢로 첩을 삼는 자, 구실아치로 일을 처리하면서 폐단을 짓는 자 등의 심한 자는 府에 알려 처벌한다. 아홉 번째 均搖役(徭役을 고르게 한다). 府 전체의 호구와 토지의 결부를 따로 한 문부를 만들어 부역을 책정할 때, 鄕所에서는 그 많고 적음과 허, 실을 살펴 협잡이 있는 자는 죄로 다스린다. 모든 잡역에 관한 일은 八結之法에 따라, 그 경중을 헤아려 각 면(面)에 돌려 만일 그 세력이나 사나운 힘을 믿고 불법으로 토지를 차지하며 조세와 부역에 불성실한 자, 토지를 숨겨 요역을 하지 않는 자 등은 부에 알려 죄로 다스린다. 열 번째 訓童蒙(아이들을 가르친다). 각 面에서는 학행이 있어 師表가 될만한 한 사람을 부에 보고하고 訓長에 임명케 하여, 면내의 아이들을 모아, 『小學』의 이치를 가르치게 한다. 나이 스무 살에 이르러, 장래성이 보이는 자는 훈장이 이름을 적어 鄕校에 올리고 학적에 기록한다. 훈장이 본받을 바가 있다면 법전에 의거하여 부에 보고하고 추천한다. 혹 엄하게 가르치지 않아 학도들이 공부에 태만하면 鄕罰로 논한다.
이상 新定十條의 내용은 크게 重鄕任,嚴會儀,正鄕案으로 표현 된 鄕會,鄕案 조직의 운영, 厚彛倫,明禮俗,尊高年으로 표현된 가족,鄕黨 구성원 간의 윤리, 禁非違,治胥吏,均徭役 등으로 표현된 실질적인 民治에 관련된 문제로 구분된다. 新定十條 기존 안동지역 여러 鄕規와 기본 모태가 된 鄕規舊條와 비교하여 향회와 향안 조직의 운영문제와 향촌지배의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단순한 士族 鄕員들 간의 규약을 넘어서 均徭役과 治胥吏라는 조항으로 표현 되는 보다 적극적인 향촌지배의 모색이 나타난다. 특히 요역이나 결부와 같이 하층민과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 자기통제의 원리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는 조선중기를 거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향촌사회의 문제, 즉 하층민의 동요에 대한 한 대응책이라 볼 수 있다.
자료적 가치
安東府 재지사족들의 향촌지배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新定鄕規가 정해지기 2년 전인 1603년 京在所가 혁파되었다. 그간 경재소는 중앙에서 지방토착세력, 즉 재지사족들의 향촌지배를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사족들의 향촌자치운영기구인 留鄕所의 운영을 통제해 왔었다. 따라서 경재소의 혁파는 재지사족들의 향촌지배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이어 질 수 있었다. 이미 안동부에서는 16세기를 거치면서 향안의 입록규정을 마련하였다. 이전까지 鄕吏 층도 포함시켰던 향안의 입록규정을 士族만으로 제한한 것이다. 향안 입록 규정의 제정을 통해 향촌자치지배기구를 폐쇄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한 사족들은 16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자기통제를 위한 향규를 제정해 나갔다. 그러다 1603년 경재소가 혁파됨에 따라 자연히 사족들에 의한 향촌운영 권한이 강화되었으며, 이러한 추세에 맞추기 위한 鄕案과 鄕規의 改錄 및 재작성 등이 이루어졌다. 新定鄕規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새롭게 제정된 향규인 것이다.
『眞檀學報』58 ,「16,17세기 鄕約의 機構와 性格」, 韓相權, 震檀學會, 1984
『大邱史學』第27輯 ,「朝鮮前期 安東府 在地士族의 鄕村支配」, 鄭震英, 大邱史學會, 1985
『嶺南鄕約資料集成』, 吳世昌 外,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6
『조선후기향약연구』, 향촌사회사연구회, 민음사, 1990
『國譯 永嘉誌』, 안동군, 안동군, 1991
『大東文化硏究』第35輯 ,「조선후기 鄕村 兩班社會의 지속성과 변화상(1)」, 정진영, 成均館大學校 大東文化硏究院, 1999.12
1차 집필자 : 정진영, 2차 집필자 : 이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