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년 安東府 留鄕所에서 제정된 鄕規로, 士族 중심의 유향소 운영 관련 규범을 명시하고 있는 자료
永嘉誌永嘉誌 卷之五 鄕規舊條永嘉地 卷之五 三
元 : 1卷 沿革,邑號,各縣沿革,疆域,鎭管,界守官所屬,官員,形勝,風俗,各里,戶口, 2卷 山川,土品,土産 / 亨 : 3卷 館宇,樓亭,城郭, 4卷 鄕校,壇廟,書院,書堂 / 利 : 5卷 鄕射堂,軍器,驛院,匠店,烽燧,道路,堤堰,灌漑,津渡,橋梁,池塘,林藪, 6卷 古跡,佛宇,古塔,名宦,任官 / 貞 : 7卷 姓氏,人物,流寓,寓居,善行,閨行,見行,孝子,烈婦, 8卷 塚墓,叢談
내용 및 특징
1588년 安東府 留鄕所에서 제정되어 실시된 鄕規이다. 權紀가 편찬한 『永嘉誌』에 수록되어 있다. 같은 책에 수록되어 있는 1605년 제정, 新定十條와 구분하여 鄕規舊條라 부른듯하다. 鄕規舊條는 향촌 내 생활을 하며, 지켜야 할 규범들과 위반 시 가해지는 처벌 규정이 나타나 있다. 대략적인 조약은 다음과 같다.
부모를 따르지 않는 자, 祖父母나 伯淑父母에게도 같다. 형제간에 싸우는 자, 형이 옮고 아우가 그르면 아우만을 다스리고 형이 그르고 아우가 바르면 형제를 함께 벌한다. 행실이 부정하여 좋은 풍속과 가르침을 해치는 자. 이상 세 부류는 영구히 離行시키되 고치지 못하는 자는 官에 알려 다스린다. 本妻를 소박하는 자, 처에게 허물이 있으면 減等한다. 친척끼리 화목하지 못한 자, 고장의 어른에게 욕보이는 자, 지주를 헐뜯거나 내외에 널리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자, 친구들끼리 싸우고 구타하는 자, 힘센 것을 믿고 약한 이를 업신여겨 남의 것을 빼앗거나 송사를 일으켜서 사채를 빙자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는 자도 같다. 執綱이 사사로움으로 鄕案을 함부로 적는 자, 없는 말을 지어내어 사람을 죄악에 빠뜨리는 자, 이웃과 불화하는 자, 일을 맡아서 조심하지 않고 마을의 풍속을 더럽히는 자, 위와 같은 자는 損徒하고 고치지 못하는 자는 영구히 離行시킨다. 城主를 맞이하거나 전송할 때 무단히 참석치 않는 자는 委官에게 맡겨 처리한다. 혼인이나 葬事를 특별한 이유 없이 때를 넘기는 자는 上罰한다. 봄,가을 講信 및 모든 公會에 무단히 참석치 않는 자는 징벌한다. 鄕令을 따르지 않는 자는 경중을 나누어 벌을 정한다. 寶의 원금이나 이자를 축낸 자를 징벌하고 본금과 이자를 낸 뒤에 영구히 고장을 떠나게 하되, 정한 벌을 이행하지 않는 자는 차츰 벌을 더한다. 品官이 執綱을 욕보이는 자는 같은 서열이면 영구히 損徒하며 鄕會 불참하면 매년 委官을 정하여 참석할 수 있는데도 불참하며 종신토록 향안에서 삭제한다. 집강이 하급 관리에 부탁하여 사사로움을 행하고 폐단을 짓는 자는 발견되는 즉시로 損徒한다. 품관이 무고히 관문을 출입하고 사사로움을 꾀하여 폐단을 짓는 자는 발견되는 대로 損徒한다. 吉凶慶弔에는 각각 그 이웃 마을이나 친척은 향약에 의해서 행하되 어기는 자는 들리는 대로 벌을 정한다. 봄,가을 講信禮 때는 관청에 고하고 鄕飮酒禮를 행하여 어른과 젊은이의 도리를 알게 한다.
이상의 鄕規舊條는 1588년 座首康崙이 京在所에 稟해서 定한 것으로, 鄕員 즉 鄕案入錄者 간의 규약이지만 한편으로 士族의 향촌지배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의 내용은 가족, 향당 간의 윤리문제 뿐만 아니라 鄕案 조직상의 문제, 그리고 하층민의 침학이나 수령의 계에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그 경중에 따라 離行,損徒,除錄 등을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분명 향원들 간의 규약이고, 향원의 향촌지배 원리이기도 하였지만 규제의 대상이 다름 아닌 士族 자신들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향촌지배에 관련된 제반 규정, 즉 鄕任의 선출, 鄕會의 운영 등과 같은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직 罰條만을 나누어 있음이 주목된다. 이는 오랫동안 留鄕所의 전통을 이어 온 까닭에, 임원선발과 향회 운영이 일찍부터 규정되어 있었거나 적어도 전례에 따름으로써 다시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는 일찍이 16세기 동안 안동부에 향안입록규정이 마련된 것과 관련된다.
한편, 본 향규에는 民衆의 동향과 守令이나 京在所를 통한 중앙권력과의 관계와 대응자세, 이를 어길시 가해지는 처벌규정이 명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기통제 성격의 鄕規舊條의 성립은 하층민과 중앙권력,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자들과의 관계에서의 自求策에 해당한다. 따라서 鄕規舊條에 하층민에 대한 침학의 규제, 城主 즉 수령에 대해 不禮한 경우에 대한 규제, 그리고 鄕飮酒禮를 행함에 官司에 告한다는 규정이 나타나 있다.
자료적 가치
16세기 후반 안동부에서 행해졌던 鄕規로 당시 在地士族들의 향촌지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일찍이 안동부에서는 15~16세기 留鄕所, 유향소가 폐지되었을 때는 사족들끼리 결성한 契를 통해 향규를 제정하고 향촌지배를 주도해 왔다. 그런데 16세기에 접어들면서 鄕員들의 신분, 즉 향안입록 자격을 두고 향규 운영 세력들 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바로 鄕吏 및 庶孼 층에 대한 입록 여부이다.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사족들은 향안에서 향리 층을 배제해 나가며 폐쇄적인 향촌지배질서 체제를 확립하려 했다. 그러한 움직임에 따라 안동부에서도 일찍이 1535년 座首李股에 의해 品官節目이 제정되었고, 1581년 鄭士誠이 鄕約을 작성하며 鄕案入錄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는 모두 향리 층에 대한 입록을 사실상 배제하는 규정이고, 이를 통해 향안을 통한 향촌지배 구조를 사족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하였다. 본 鄕規舊條가 만들어진 시기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향리 층의 향안 입록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鄕規 내용이 자기규제의 내용으로 마련된 것이다. 즉 본 자료는 16세기 후반 안동부 재지사족이 향리 층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고, 그들 중심의 향촌지배를 실현시킨 상태에서 나타난 향규인 것이다.
『眞檀學報』58, 「16,17세기 鄕約의 機構와 性格」, 韓相權, 震檀學會, 1984
『大邱史學』第27輯, 「朝鮮前期 安東府 在地士族의 鄕村支配」, 鄭震英, 大邱史學會, 1985
『嶺南鄕約資料集成』, 吳世昌 外,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6
『조선후기향약연구』, 향촌사회사연구회, 민음사, 1990
『國譯 永嘉誌』, 안동군, 안동군, 1991
『大東文化硏究』第35輯, 「조선후기 鄕村 兩班社會의 지속성과 변화상(1)」, 정진영, 成均館大學校 大東文化硏究院, 1999.12
1차 집필자 : 정진영, 2차 집필자 : 이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