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2년 8월 27일, 李秉鐸이 柳徽文에게 원근 마을에 퍼져 있던 병 기운이 깨끗이 걷힐듯하고 기후도 시원해지는 때이니, 속히 한 번 와서 이전에 마치지 못한 일을 끝내기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 위하여 보낸 편지
1822년 8월 27일, 李秉鐸이 柳徽文에게 원근 마을에 퍼져 있던 병 기운이 깨끗이 걷힐듯하고 기후도 시원해지는 때이니, 속히 한 번 와서 이전에 마치지 못한 일을 끝내기 바란다는 말을 전하기 위하여 보낸 서간이다.
서두에서 부내의 집으로 찾아 뵌 것은 오래 연모하던 끝에 한 일이었으나 바빠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는데, 헤어진 후에는 전염병이 유행하여 너무도 위태로운 세상을 지내느라 소식이 없어 평시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다며 상대도 이런 마음인지 모르겠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이어서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이 높이 부는 이때에 생활은 만중하며 상대 맏형님의 우거 중의 근황은 계속 평안하고, 아드님들과 동당 친척 여러분들도 모두 잘 지내는지 물었다. 또 올해는 癘疫이 전고에 없을 만큼 심하여 이목이 미치는 곳마다 참혹하고 놀랍지 않은 데가 없는데 상대의 마을에는 우환이 닥칠 염려가 없는지 물었다.
자신은 집안의 재앙으로 종숙모의 상을 당하고, 또 문내의 두어 집이 참척을 당하여 갖가지로 슬픈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는 데다 원근의 서로 의지하던 붕우들이 일제히 세상을 떠나니 슬픈 마음에 자신만 우선 우환을 면하였다는 것이 다행인 줄 모르겠다고 하며, 내앞[川上]이나 해저[海里], 상대의 이웃마을, 자신의 마을에서 생긴 초상에 상대도 이렇게 애통한 마음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였다. 이러한 형편이라 편지 한 통으로 문안하면서 허락하였던 일을 지키라고 청할 수도 없으니, 마음에 군색하고 답답하여 하루가 한 해나 되는 듯 지루하다고 하고, 이제 자신의 마을 근처에 병 기운이 점점 걷힐 듯하고 날씨도 바로 시원해지는 때이니, 속히 한 번 오셔서 아직 다하지 못한 사안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는 상대에게는 6, 7일의 공부를 허비하는 일에 불과하지만 자신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선물을 내리는 것이라 하고, 지금 추위가 또 이르게 되면 군속함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살펴서 한 번 움직이는 수고를 아끼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답장은 내앞의 金萬擧 군에게 부쳐서 좋은 소식을 알게 해 주기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내용 중의 내앞 金萬擧라는 사람은 金鎭綱(1781~1846)인데, 萬擧는 그의 자이고 호는 雲窩이다. 俛庵 李㙖의 외손이니, 이병탁에게는 생질이 된다.
발신인 李秉鐸(1760~1832)은 본관은 韓山, 자는 子木, 호는 癯翁이다. 부친은 俛庵 李㙖, 조부는 小山 李光靖이다.
수신인 류휘문(1773-1832)은 본관은 全州, 자는 公晦, 호는 好古窩이다. 할아버지는 柳正源, 아버지는 柳萬休이다. 9세에 仲父 柳明休에게 학문을 배우기 시작하여 柳長源, 南漢朝, 鄭宗魯에게 수학하였다. 할아버지 류정원의 유작 『三山集』과 『易解參攷』를 교정하고, 스승 류장원의 저술인 『常變通攷』를 柳健休, 柳鼎文, 柳致明 등 문중의 학자와 10여 년에 걸쳐 교정한 끝에 58세 때 黃山寺에서 간행하였다.
1차 작성자 : 김승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