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년 10월 3일 族從降制人 李東秀가 圭範에게 5월에 있던 면례에 대한 큰 염려를 전하고, 올해가 다가기 전에 성묘하는 일을 과행하지 못한 자신의 죄스러움을 전하기 위해 보내는 편지
갑○년 10월 3일 族從降制人 李東秀가 圭範에게 5월에 있던 면례에 대한 큰 염려를 전하고, 올해가 다가기 전에 성묘하는 일을 과행하지 못한 자신의 죄스러움을 전하기 위해 보내는 편지이다.
초여름에 백형의 편지를 받았고 가을 끝에 賢史의 편지를 받았는데, 모두 먼지 낀 책상에 받아두고 한번 답장을 쓰지 못했다고 하였다. 오히려 혹 때때로 펼쳐서 완상하면 의연히 마주대할 때와 다름이 없으니, 외로이 우거하는 제 마음을 위로한 것이 다시 무엇으로써 이것에 더하겠냐고 하였다. 복 입고 계시는 일상생활이 만 가지로 신의 도움을 받으시고 온 집안의 절도는 편안하시고 澤輩들은 공부는 잘하고 아이들은 건강한지 물었다. 이어 두 집의 농사일은 또한 어떠한지 묻고, 똑같은 가운데 혹 근면하고 태만함의 다름이 없는지도 궁금해 하였다. 於山의 근래 안부는 일전에 橘園 형을 만나 대략 들었다면서 어른들과 아이들의 안부는 모두 평안하니 위로가 될 만하다고 하였다.
면례는 과연 5월에 행하였는데, 구덩이에 石患[큰 돌이 나오는 병폐]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과연 이것이 진짜 穴이라면 어찌 이 같은 일이 있겠냐고 하였다. 자신 스스로도 눈이 소경이고, 碩甫 형도 잘못 본 것일 뿐만 아니며, 또한 귀댁의 풍수쟁이는 괴롭게도 분별이 없고, 이른바 친하고 믿은 자는 잘못 보았으며, 처음 보는 자는 속였다고 하였다. 지금 이후로는 산가에게 맡기는 생각이나 묘 터를 옮겨야하는 생각 등의 일념을 끊어야할 뿐이라고 하였다. 한편 둘째 咸君은 멀리 있어서 돌아오지 않고 다만 그는 구속을 떨쳐내는 성품이니, 어찌 큰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하였다.
자신은 우거하는 근심이 깊어지고 쇠한 모습이 점점 심해진다고 하였다. 올해가 다가기 전에 해야 할 큰일은 성묘하는 일 한가지뿐인데 이를 또한 과행하지 못했으니, 무릇 정리 상 일이 마치 이렇게 소홀하였다고 하였다. 쌓인 죄가 연이어 미쳐서 수년 사이에 앉아서 동기들이 차례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면서 지금과 옛날을 회고하니, 차라리 문득 죽어버리고 싶다고 하였다. 오직 집안의 여러 식구들이 큰 탈이 없고 여러 족척이 각각 좋은 모습을 보전하니 이는 마음을 스스로 달랠만한 것이라고 하였다. 한번 몸소 가는 계획은 어느 사이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만일 時象이 금일을 보전하게 하고 풍설이 막혀서 장난질치지 않는다면 마땅히 겨울 끝 새해 초에 한번 움직이려한다고 하며 편지의 끝을 맺었다.
1차 작성자 : 김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