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10월 2일, 권노섭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상대 아들의 근황을 전해 주기 위해 표곡에 보낸 편지
1933년 10월 2일에 一軒 權魯燮(1899~1946)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상대 아들의 근황을 전해 주기 위해 보낸 편지이다.
權魯燮은 먼저 편지의 서두에서 石暈은 군자가 보배로 삼는 것이 아니요, 木癭도 그저 호사가들이 괴이하게 여기는 것인데, 당세의 賢豪인 상대가 그와 같이 변변찮은 자신을 아껴줄 줄을 생각이나 했겠냐고 하였다. 자신이 먼저 편지를 드려야 함에도 뜻밖에 상대가 먼저 편지를 보내주니, 이를 통해 石暈이나 木癭과 같은 자신을 상대가 아껴줌을 알았다고 하였다. 이어 상대 형제가 부모 봉양과 학문 연구를 잘 하면서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뜻밖에 상대가 편지에서 자신을 극구 칭찬하고 경책하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지 묻고, 혹시 우매함을 훤히 들여다보면서도 일부러 권면하는 것도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어서 그런 것이었냐고 물었다. 權魯燮은 옛 것을 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자신의 학문적 주안점에 대해 언급하고, 日用에 있어 한 마음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울러 강조하였다.
편지의 본론에서는, 상대의 아들이 아직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만약 잘 교육하면 크게 성취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지난달 초순에 溪上에 가서 수삼 일 동안 강학하였는데 心氣가 안정되어 있어서 동요되는 마음이 없는 듯했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이와 같이 공부하여 李友와 함께 절차탁마한다면 많이 진취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李友가 요즘과 같이 시끄러운 세상에서도 동요되지 않는 굳센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평하였다. 끝으로, 상대의 아들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겠노라고 하고, 周王山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빠서 상대를 보러 가지 못한 점이 지금까지도 안타깝다고 하였다.
김장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