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3년 2월 13일, 이재창이 도산서원장 직임을 부탁하기 위해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713(숙종 39)년 2월 13일, 觀稼亭 李再昌이 도산서원장 직임을 맡아주기를 부탁하기 위해 보낸 편지이다.
먼저 이재창은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짧은 시간 만났던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표하면서 편지를 시작하고 있다. 만나고 나서 나중에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근심과 병에 빠져있어서 아직까지 가지 못했고, 편지로 문안하는 것도 하지 못해서 항상 섭섭하고 안타까웠다고 하였다. 그러던 중 마침 서원의 인편을 통해서 요즘 편안하시다는 안부를 알게 되어 자신의 마음이 위로되었다고 하였다. 자신은 겨울부터 앓던 병이 봄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낫지 않은데다가 새해 초에는 집이 불에 다 타버렸다고 하면서 새해 운수가 좋지 않은 자신의 정황을 전하였다. 이어서 도산서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 것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상대방이 여러 선비들의 바람대로 그 직임을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직 단자를 올린 것을 보게 되니 몹시 안타까웠다고 하였다. 그리고 상대방이 임금의 은혜로 귀향한 것이 벌써 일 년이 지났으니, 이렇게 한가로울 때에 서원의 직임을 맡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다. 그리고 지금 서원의 향사가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에 스스로의 편의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지난해 가을 향사 때 백씨형주는 병이 깊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 상대방이 또 그렇게 하는 것은 평소에 서로 기약하고 바라던 것이 아니니 생각을 바꾸어달라고 거듭 부탁하였다. 끝으로 여러 가지 사정은 글로 다 쓸 수 없으니 아마도 齋任이 말로 전할 것이라고 하면서 편지를 마쳤다.
이 편지의 발급인 이재창(1676-1762)은 자가 輝仲, 호는 觀稼亭, 본관은 眞城, 부는 李天漢이다. 1679년 식년시 3등으로 생원에 합격하고, 1684년 식년시 문과에 급제하였다.
편지 내용을 살펴보면 이재창이 상대방은 兄이라고 칭하고 자신은 戚弟라고 칭하고 있는데, 척제는 인척 형에 대한 호칭이므로 두 사람은 서로 인척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는 내용이 비교적 긴 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문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우측과 상단에 여백을 많이 남기고 내용을 쓰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내용을 기록했다.
이 편지는 영천이씨 농암종택에서 엮은「先賢筆蹟」 안에 수록되어 있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朴大鉉,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서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