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 11월 9일, 중 惠黙이 禽字 밭 20卜을 방매값 35필을 받고 李忠衛宅奴 億貞에게 방매하면서 작성해준 토지매매명문
내용 및 특징
1590년(宣祖 23) 11월 9일, 중 惠黙이 禽字 밭 20卜을 李忠衛宅奴 億貞에게 방매하면서 작성해준 토지매매명문이다.
혜묵이 방매하는 이 밭은 동년 4월 3일에 조카인 李漢과 맞바꾼 땅인데, 이때에 와서 이충의댁에 방매한 것이다. 즉, 4월 3일 문서는 바로 이 문서의 舊文記로, 이 문서와 점련되어 있었던 것이 후일에 낱장으로 정리된 것이다. 매매가 확정되면 매매명문을 작성하는데 이를 新文記라고 하고, 해당 토지의 소유가 바뀔 때마다 작성된 이전의 모든 문서들을 구문기라고 한다. 이 구문기는 신문기를 넘기면서 함께 넘겨주는 것이 원칙이다.
토지매매명문은 토지 방매자와 매득자 간에 법적인 효력을 증명할 수 있는 상호 증빙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작성되는데, 일반적으로 매매명문에는 거래일, 매득자, 방매사유, 방매 토지의 전래 경위, 방매 토지의 소재지와 면적, 방매 전답의 가격, 담보 문건, 방매 토지의 주인 및 이를 증명하는 증인과 筆執의 신분과 이름이 기록된다. 그러나 이 문기를 보면 조카와 맞바꾼 밭 20卜을 35필 받고 방매한다고만 되어 있어 방매 사유나 방매토지의 소재지, 방매토지의 전래 경위 등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는 구문기를 점련하기 때문에 굳이 이 문기 안에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매 토지에 대한 정보는 4월 3일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밭의 소재지는 禽字이고, 수확량은 20卜이며, 면적은 7마지기이다. 禽字는 천자문의 순서에 따라 전답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고, 20卜은 바로 이 밭에서 소출되는 양을 말하며, 7마지기는 파종할 때 드는 곡식의 양을 가리킨다. 卜과 마지기는 당시 토지의 면적을 가리키는 단위로 쓰였다. 방매값은 35疋로, 화폐가 아닌 布木으로 지불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이후에는 매매에 통상 화폐가 사용되지만, 화폐가 발행되기 이전에는 布木이나 米穀, 楮貨, 銀貨, 소 등과 같은 현물화폐나 농사에 필요한 물건이 거래대금으로 사용되었다.
문서의 본문 마지막에 뒷날 분쟁이 있을 경우 이 문기를 증거로 삼으라는 담보문건을 기재하였다. 마지막으로, 토지의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는 밭 주인과 證保, 筆執이 각각 서명하였는데, 證保는 金億眞이고 筆執은 姜彦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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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