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10일, 이충호가 답장이 늦어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왕림해 주기를 청하기 위해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945년 4월 10일에 霞汀 李忠鎬(1872-1951. 퇴계 종손)가 답장이 늦어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왕림해 주기를 청하기 위해 보낸 편지이다. 이충호는 자가 恕卿, 본관이 진성으로, 퇴계 선생의 13세 종손이다. 龍山 李晩寅의 문인이며, 章陵參奉에 임명된 바 있다. 충효당의 주손인 李文欽은 그의 손자인 李東恩의 사위이다. 수취인은 시기적으로 이문흠의 조부인 愼齋 李昌熙일 것으로 보이나 확실하지 않다.
먼저 달포 전에 종이 오고 겸하여 상대의 편지를 받게 되었으나 마침 출타하여 곧바로 답장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 후에도 많은 근심거리와 병으로 지금까지 정신을 차릴 여가가 없었고 갑자기 토사증에 걸려서 거의 치료되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수저를 들게 되었으나 아직 앉거나 눕는 데에 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상대의 손자가 잠깐 왔다가 돌아가고 상대의 편지에 대하여 답장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남의 손을 빌어 이렇게 몇 자 적는다고 했다. 이어 상대 형제와 아들들, 손자 및 식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끝으로 좋은 봄 날씨에 상대 부자손 삼대가 거동하여 담박한 향이 나는 채소를 맛보는 등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부디 이달 안으로 방문하여 달라고 했다.
간찰의 내지를 작성할 때 대체로 처음에 피봉의 너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부분을 여백으로 비워두고 시작한다. 간찰의 사연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해서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한시의 回文體처럼 형태가 유사하게 내지를 돌아가면서 쓰는 회문식의 배치는 간찰뿐만 아니라 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편지의 경우 사연을 쓰다가 90도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었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金血祚,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