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12월 7일, 류장식이 자신의 스승인 류필영이 죽은 사실과 혼사 소식 등을 전하기 위해 사돈에게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924년 12월 7일에 可林 柳璋植이 사돈에게 보낸 편지이다. 발급인 류장식은 자가 圭範이고 본관이 全州이다. 그는 바로 好古窩 柳徽文의 현손으로 芙溪 柳東秀 문하에서 공부하였다.
먼저 류장식은 상대가 왕림하겠노라 약속하였기에 갈망하였는데 끝내 상대가 약조를 어겼으니 매우 섭섭하고 안타까웠다고 하였다. 이어 상대와 자제 및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류장식은 자신이 오십년 동안 모시면서 가르침을 받고 은혜를 입은 분은 오직 西坡 柳必永(1841-1924)인데, 그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이는 유림과 집안의 액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매우 애통한 일이라고 하였다. 장례를 마치고 짐을 꾸려 돌아올 때에는 예전에 옮겨 놓았던 물건들이 요란함과 고뇌를 더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류장식은 근래 佐明 형 집안의 혼사가 完定되지 않아 사방으로 혼처를 구하느라 겨를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상대가 安峴으로 가서 顯五 형에게 부탁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혼사가 이뤄지고 이뤄지지 않고는 모두 天緣에 달렸으나, 과연 뜻대로 된다면 올해 내로 成禮하는 것이 매우 좋겠다고 했으며, 俗儀를 모두 없애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진땅이 마르면 다시 혹 한 번 만날 수 없겠느냐고 하였다.
간찰의 내지를 작성할 때 대체로 처음에 피봉의 너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부분을 여백으로 비워두고 시작한다. 간찰의 사연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해서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한시의 回文體처럼 형태가 유사하게 내지를 돌아가면서 쓰는 회문식의 배치는 간찰뿐만 아니라 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간찰의 경우에는 상단에 여백을 많이 남기고 내용을 쓰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쓰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남아 있는 여백에 연월일을 기록했다.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