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9월 16일, 류연근이 영남을 떠나야 할 신세를 알리고 족질의 부친 장례 일자를 통보하기 위해 사돈에게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920년 9월 16일에 水西 柳淵根(1857-1933)이 사돈에게 보낸 편지이다. 류연근은 자가 聖燁이고 호가 수서이며, 본관이 全州이다. 그는 柳禎鎬의 아들이며, 西山 金興洛의 문인이다. 수취인은 류연근의 사돈인데, 그의 딸이 제산종택으로 시집을 갔던 것으로 보인다.
류연근은 근래 자신이 동서남북으로 떠돌면서 분주하게 지내서 조금도 안정을 찾은 날이 없었는데 모레 또 영남을 떠나가게 되었으니, 세상에서 자신의 처지는 길에서 흔들리는 신세라고 하였다. 다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형제들이 모두 잘 있고 다른 식구들도 병이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류연근은 그저께 나갔을 때에 상대의 집에서 유숙하였더라면 매우 좋았을 것이나 애로가 많아서 마음먹은 대로 하지는 못하였다고 했다. 추신에서는 자신의 族姪 柳東杰의 부친인 瓠石 柳淵甲의 장례가 내달 6일에 上朴의 艮坐의 언덕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하였고, 당일에 발인하여 下棺은 辰時라고 통보하였다.
간찰의 사연이 짧을 경우 상하좌우의 여백이 그대로 남지만, 사연이 다 끝나지 않을 경우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 다음은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으며, 그 다음은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하여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간찰의 경우는 내용이 짧아서 회문의 형태에 이르지는 않았고, 사연을 다 쓴 다음 중간 부분의 행 사이에 추록과 연월일을 기록하였다.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