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9월 5일, 김정섭이 어지러운 시절에 주변 상황에 대한 걱정을 하며 상대 집안의 혼사 날에 만나기를 기약하기 위해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907년(융희 1) 9월 5일에 韋庵 金鼎燮(1862-1934)이 보낸 편지이다. 김정섭은 자가 景九, 본관이 豐山으로, 雲齋 金秉璜의 아들이다. 영감댁의 주손이다.
김정섭은 통틀어 꼽아볼 때 평안히 지냈던 날이 없었기에, 애가 타는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 근래 가을일로 골치가 아파서 숨이 막히고 어지러운 증상으로 자리보전하고 있다고 하였다. 더구나 달포 남짓 막내 동생인 金奎燮(1884-1958)와 격조하였으므로 모든 상황이 근심거리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다. 김정섭은 騷訛의 단서가 갈수록 두렵다고 하면서, 이 세상에 나서 좋은 시절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어찌하겠느냐고 하였다. 宣使가 과연 언제쯤 이곳에 도착하는지도 물었다. 梧山의 숙부가 벌써 부임하신 지 보름이 되었는데 이렇게 어려운 시절을 만났으니 축하하는 마음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고 하였다. 끝으로 상대 집안의 혼인 날짜가 내달로 정해졌다고 하니 그때를 이용해 혹 만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추신에서는 雙萬이에 대한 걱정이 만단이라고 하였다. 온 지가 이미 수십 일이나 되었는데 이 사이 本郡의 日兵에게 말[馬]이 붙잡혀서 왕복하는 데에 4, 5일이 걸렸고 또 무사히 지났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간찰의 내지를 작성할 때 대체로 처음에 피봉의 너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부분을 여백으로 비워두고 시작한다. 간찰의 사연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해서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한시의 回文體처럼 형태가 유사하게 내지를 돌아가면서 쓰는 회문식의 배치는 간찰뿐만 아니라 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편지의 경우 회문형식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추록을 행간에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어서 내용을 기록했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을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약 4번에 걸쳐 줄을 바꾸거나 대두를 사용하여 존경을 표현했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金血祚,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