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8월 19일, 김이섭이 서울에서의 근황과 주변 지인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부친인 김병황에게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1900년(광무 4) 8월 19일에 金履燮(1876-1958)이 부친인 雲齋 金秉璜(1845-1914)에게 보낸 편지이다. 김이섭은 자가 景厚, 본관이 豐山이다. 그는 洛厓 金斗欽의 손자인 김병황의 둘째아들이다. 후에 김병호에게 출계하였다.
김이섭은 지난달 그믐 사이에 竹洞으로 이주하였는데 거처와 출입이 극히 편안하고 생활도 예전처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다만 하릴없이 날을 보내고 있으면서 쓰는 것이 지나치게 많은데 하나도 이룬 일이 없기에 탄식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平洞과 畜洞 사람들은 모두 평안하고, 柳村 숙부도 예전처럼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영남의 知舊들이 점점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고 하였다. 宜陽의 達源 및 君七 숙부가 차례로 와서 머물고 있고, 서울에 머물던 여러 어르신들은 아직 내려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景賢 씨는 일전에 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갔다고 하였다. 河台가 무슨 일로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의 행동거지가 석연치 않기에 城中의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 하고 있다고 하였다. 김이섭은 이것이 벼슬자리를 얻으려는 계책이고 다른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趙台는 일본에 머물다가 그믐 전에 돌아올 것 같다고 하였고, 洪台는 아직 자신이 방문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그러므로 일간에 동지들과 가서 만날 것이라고 하였다. 김이섭은 자신이 돌아가는 날짜를 아직 정하지 못했으나 머물며 몇 개월을 기다리면서 세상이 변하는 형편을 지켜보겠다고 하였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을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4번에 걸쳐 줄을 바꾸어 존경을 표현했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金血祚,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