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11월 3일, 권일 외 1인이 자신들의 집안 근황을 알리고 문집의 교감을 위해 상대에게 글을 보낸 후 확인하기 위하여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을유년 11월 3일에 權佾 등이 보낸 편지이다. 발급인는 權佾·權任 형제인데, 이들은 葛庵李玄逸의 독실한 제자였던 退庵 權重道(1680-1722)의 둘째와 셋째아들이다.
먼저 이들은 동짓달 추위에 상대의 기거가 어떠하냐고 안부를 물었다. 일찍이 상대가 喪中에 있을 때에는 다만 위문편지 정도로 조문을 대신하고 후에는 아득히 알지 못하고 편지도 빠트렸다고 하면서 舊誼를 생각건대 할 말이 없다고 하였다. 자신들은 家運이 불행하여 갑술년에 伯氏인 權衡이 돌아가고 임오년에는 큰조카인 權宗漢이 죽었으니, 노친을 모시고 있는 처지에서 매우 슬프다고 하였다. 게다가 금년 봄에는 또 叔母의 상을 당하였다고 하였다. 해마다 이렇게 喪事와 병환에 골몰되어 있으니, 그 나머지 근황은 전할 것도 없다고 하였다. 끝으로 安溪의 河友가 근래 상대 쪽에서 와서 상대가 文字를 베껴 보내라고 했다고 전하였으므로 散稿의 서문과 墓碣銘, 挽章과 書簡 4편을 안계로 부쳐 보냈다고 하면서 과연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물었다. 곧 이 편지는 문집의 교감을 위해 상대에게 글을 보낸 후 확인 차 작성한 것이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으로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至寒’ 다음 ‘起居’ 사이에 행을 바꾸어 극행으로 올렸고 ‘曾於’ 다음 ‘居憂之時’ 사이에 행을 바꾸어서 주체가 상대임을 표시하고 아울러 존대의 의미를 나타내었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金血祚,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