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축년 6월 18일, 김병은이 자신의 처지와 근황을 알리고 상대 집안의 대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종형에게 보낸 편지
내용 및 특징
을축년 6월 18일에 金秉殷이 從兄에게 보낸 편지이다. 먼저 김병은은 세월이 어느덧 흘러서 김병은에게는 從祖叔母가 되는 상대 어머니의 大祥이 다가오니, 자신처럼 同堂의 처지에 있는 사람도 애통한 마음을 가눌 수 없는데, 더구나 효성스러운 상대의 애통한 심정은 초상 때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어 상대와 그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김병은 자신은 사람의 도리로 자신을 책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고 하였다. 세상과 멀리 떨어진 궁벽한 산중에 외로이 살면서 신명에게 죄를 얻어 어진 며느리를 잃고 자식을 잃었으며 또 노친과 떨어져서 오랫동안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였다고 했다. 더구나 이번 祥日에는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애통한 정을 쏟고 있으니 겹겹이 쌓인 罪恨의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느냐고 하였다. 이어 宿患이 때를 타고 발작한 상황에서 배가 부르고 얹힌 증상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더위를 무릅쓰고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고 하였다. 이른바 農形은 비 피해가 대동소이하다고는 하나 자신의 피해가 유독 심하고 水稻에는 병이 생기고 晩粟은 김매는 시기를 놓쳤다고 하면서 족히 행동에 제약을 주는 거리가 된다고 하였다. 집안 식구들은 비록 큰 병은 없으나 더위와 습기에 상하였으니 또한 자신의 근심거리라고 하였다. 이렇게 김병은이 자신의 좋지 못한 근황을 장황하게 언급한 것은 대상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키기 위함이다. 끝으로 김병은은 상대가 자신에게 부조로 보내줬던 돈 3錢과 楮 1片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서늘한 기운이 생긴 후에는 마땅히 한 차례 나아가 인사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상대가 제사를 잘 치르기를 기원하였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으로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先妣夫人從祖叔母’와 같은 존장자를 지칭하거나 ‘侍奠哀體候’과 같이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행을 바꾸어 서술하여 존경의 뜻으로 평궐이 이루어졌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金血祚,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김장경,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