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이기호(李起鎬) 서간(書簡)
장인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리고 상대가 부탁한 것으로 보이는 물품을 보내기 위해 계묘년 9월 30일 이기호가 쓴 편지이다. 본문에서 사용한 빙부라는 용어는 장인어른을 뜻하며, 따라서 이 편지는 사위가 장인에게 보내는 편지라 할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소식이 없어서 장인의 가르침이 적힌 편지를 받지 못하여 그리웠다고 했다. 이어서 장인의 살아 계신 부모 내외분들, 장인과 장인의 형제분들, 장모의 안부를 알지 못해 아침저녁으로 간절히 그리운 마음이 쓰이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장모가 아이를 낳은 일과 관련하여 아들을 얻은 경사를 언급했다. 자신의 경우 집안의 할아버지의 건강은 아무 탈이 없으나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의 건강함만으로 집안의 다행을 삼을 수 없음을 이야기 했다. 또한 공부하는 일도 아예 손 놓고 있지는 않으나 아무래도 헛되이 시간만 허비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고 하며 장인의 염려하고 기대 해 주시는 정성을 저버릴까 두렵다고 했다. 장인이 지난번 ‘삼지초(三芝草)’라고 하는 아마 담배인 듯한 물건을 부탁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빛깔은 다른 것에 비해 떨어지나 맛은 최상품일 것 같은 값비싼 삼지초 네 발을 구해 부친다고 알렸다. 나머지는 편지의 예를 다 갖추지 못함을 알렸다.
『풍삼김씨 오미동』, 풍산김씨오미동문중, 교육사, 2003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