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4년 이중철(李中轍) 서간(書簡)
1874년 5월 2일, 이중철이 상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바둑을 두기를 청하기 위해 수취인 미상에게 쓴 답장 편지이다. 상대의 편지와 좋은 먹을 받고 또한 그 편지를 전달 해 준 벗을 만난 것이 신의 도움으로 자신의 병을 떨쳐내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처음 인사를 했다. 보리가 익는 계절에 조용히 수양중인 상대의 건강이 나쁘지 않고, 식구들도 편안하며, 학문 연마도 부지런히 하여 성장했음을 상대의 편지로 알게 되어, 상대의 삶의 기쁨을 알 수 있어서 위로되고 부럽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늙어서 죽지나 않았을 따름이고, 자신 못지않게 늙은 아우에게 도리어 위로를 받고 있는 처지에다가 집의 아이도 멀리 나갔다가 돌아와서 정신이 어리 한듯하며 지내고 있으니,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한탄했다. 자신은 글 짓고 학문하는 일을 폐한 이후로 오직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바둑 실력이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라고 하며, 상대에게 한번 찾아와서 함께 바둑을 둘 용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처럼 훌륭한 벗을 초대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그보다 낫다는 식의 언급을 한 것이 부끄러우나, 시절이 파와 보리가 익는 때이므로 혐의스럽게 여기지 말고 한번 와 달라고 했다. 바빠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이 답장을 쓰게 했다고 하며, 잘 살펴주기를 바랐다.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