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년 유심춘(柳尋春) 서간(書簡)
1803년 10월 15일, 유심춘이 선영에 시제를 모시러 가는 차로 상대에게 문후를 드리러 가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표종형에게 쓴 편지이다. 날씨가 동지섣달처럼 추우니 더욱 상대를 그리는 마음이 들어 답답했는데, 이 편지를 써서 보낸 오늘 편지를 가져다 줄 이 숙부를 만나 상대와 그의 집안 모두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어머니의 병환이 더쳐서 마음 졸이고 답답한 심정에다가, 자신도 거의 열흘 남짓한 치통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음을 알렸다. 따라서 어머니께서는 겨울 안으로 행차할 수 없음을 알렸다. 또한 자신은 어떤 일로 인해 보름 전후로 상대에게 문안을 드리러 가려했으나 하지 못했기에, 내일 조상들의 무덤에 시제(時祭)를 모시러 적라(赤羅)로 갔다가 마치고 한번 들릴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자신의 잇단 병으로 인해 운곡(雲谷)의 담제(禫祭)에도 가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요즈음 마을에 돌림병이 돌아서 아프거나 사망하는 자가 속출하기에 자신의 집 역시 우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두려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장복(章服)에 관한 일은 매우 긴급하여 상대방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하며 고인의 가난함은 있되 고인의 지조는 없음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섣달 전으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아뢸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곡(金谷)댁의 신행(新行)이 21일로 앞당겨 정해졌다면 자신이 보낸 생물 두 건과 그 날이 상치(相値)됨을 미리 알렸다.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