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9년 12월 17일에 남천택(南天澤)이 생원시에 합격한 남천각(南天覺)의 요전을 드리기 위해 제수 준비를 부탁하는 편지
[구성 및 내용]
계절 인사를 묻고, 자기의 근황을 설명하고, 본론을 설명한 뒤에 작별을 고하는 일반적인 편지의 형식을 좇았다. 내용은 안부를 묻는 부분과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 그리고 부탁을 드리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안부는 계절 인사 정도에 그친다. 두 번째 발급자의 현재 상황은, 해곡에서 해임되었다고 적고 있는데 남천택의 관직 이력으로 보았을 때 경주부윤에서 물러난 직후 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탁을 드리는 내용이다. 발급자의 종제로 보이는 남천각이 소과에 합격해서 조상께 요전을 드리고자 하는데 집이 가난해서 제수를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하면서 네 상의 제수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한다.
간찰의 내지를 작성할 때 대체로 처음에 피봉의 너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부분을 여백으로 비워두고 시작한다. 간찰의 사연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해서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한시의 回文體처럼 형태가 유사하게 내지를 돌아가면서 쓰는 회문식의 배치는 간찰뿐만 아니라 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편지의 경우 내용이 길지 않기 때문에 회전형식에 이르지는 않았다. 다만 내용을 끝낼 수 없어서 처음에 비워두었던 첫부분에 높이 올려서 구분을 짓고 내용을 기록했다.
[자료적 가치]
이 편지는 두 가지측면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 대과가 아닌 소과에 급제했는데도 요전을 드렸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제수 준비를 부탁하는 대상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지방의 수령으로 보이는 당사자에게 제수 준비는 물론 육각, 비음, 노비까지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것은 지방 수령의 재량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당시 수령의 재량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주목이 지은 「행장」에 의하면, 남천택은 정묘호란에 의병을 일으킨 남융달이 조부이고, 인조를 남한산성으로 호종한 남급은 아버지이다. 또한 이차예송 때 기년설을 주장한 남천한은 그의 형이다. 이들 3인은 봉암서원에 제향되었다. 그의 외조는 야성 송기복이며, 처부는 성산 이장과 월성 이홍장이다.
『苔巖集』, 南天澤,
안동시사, 안동시, 영남사, 1999
정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