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년 11월 22일, 김빈이 세말에 상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싶었으나 상대는 이미 그곳을 떠나버려서 결국 가보지 못한 사연과 안부를 전하기 위해 쓴 편지
[내용 및 특징]
기○년 11월 22일, 김빈이 세말에 상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싶었으나 상대는 이미 그곳을 떠나버려서 결국 가보지 못한 사연과 안부를 전하기 위해 관직생활을 하는 수취인 미상에게 쓴 편지이다. 한 해도 저물어 가는데, 상대방의 소식과 편지가 오랫동안 막혀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항상 그만 둘 수 없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상대의 안부를 묻고는, 자신의 경우 볼일 없는 늙은이로서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고 있다며 탄식했다. 이로 미루어 보면 화자 역시 어느 고을의 관직을 지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세말에 상대가 기거하는 남쪽으로 가서 반갑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으나, 의외로 상대가 그곳을 떠나버려서 만나지 못했음을 언급했다. 상대의 근무지가 바뀌어 떠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상대에게 간단히 편지를 써서 전한다는 것을 알렸다. 추록으로 신력 한 건을 올린다고 했다.
이 편지는 연말에 인사를 주고받고 달력을 선물로 주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다. 따라서 그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풍속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지방에서 관직생활을 하던 양자 간에 서신을 주고받은 내용이므로 일반적인 사가에서 주고받았던 서신교환과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을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兄과 같은 존장자를 지칭하는 특정한 단어에서 이루어졌다.
간찰의 사연이 짧을 경우 상하좌우의 여백이 그대로 남지만, 사연이 다 끝나지 않을 경우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 다음은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으며, 그 다음은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하여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간찰의 경우도 내용이 길지 않아서 회문형식에 이르지는 않았다.
김빈은 김복일의 후손이다. 『의성김씨세보』에 의하면, 김빈은 김복일의 증손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김시진이다. 김시진은 네 아들을 두었는데 김언, 김빈, 김정, 김노이다. 김빈은 숙부 김시용에게 양자로 갔다.
朴秉濠, 한국학중앙연구원(박사학위논문), 2005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