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년 4월 24일, 김부륜이 자식의 학문 성취 여부를 확인하고 자신이 관직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아들에게 쓴 편지
[내용 및 특징]
모년 4월 24일, 김부륜이 자식의 학문 성취 여부를 확인하고 자신이 관직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아들에게 쓴 편지이다. 지난 달 인편을 통해 아들의 편지를 받은 후 그가 지례여소에서 학문을 배우고 있음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읽은 글은 몇 권에 이르는지, 그에 대한 언급은 왜 없는지에 대해 묻고는 영주에서 있었던 시험을 잘 봤는지 여부를 물었다. 자신은 정사(呈辭)를 했지만 감사가 들어주지 않았고, 그 퇴장(退狀)을 부쳐 보낸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모형이 오는 편에 그를 따라 오게 하고자 했으나 더위를 두려워하고 헛되이 길에서 시간만 낭비할까봐 걱정이 되어 억지로 권하지 못한다고 했다. 가을이 되기까지 몇 달 남지 않아 그 때 집으로 돌아가 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로 삼는다고 했다. 아들의 문사(文辭)가 후퇴하고 있음을 염려하며, 『소학집설』이 사랑방 사복(司僕) 상자 안에 있음을 알렸다. 나머지는 바빠서 이만 줄인다고 했다.
간찰의 내지를 작성할 때 대체로 처음에 피봉의 너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되는 부분을 여백으로 비워두고 시작한다. 간찰의 사연이 다 끝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문의 상여백에 이어 적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작할 때 남겨 두었던 오른쪽 여백에 이어 적는다. 그래도 모자라면, 본문의 행간에 이어 적는다. 이러한 순서는 간찰을 개봉해서 읽어 나갈 때 접은 것을 펴서 읽은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지를 돌려 가며 읽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한시의 回文體처럼 형태가 유사하게 내지를 돌아가면서 쓰는 회문식의 배치는 간찰뿐만 아니라 언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편지의 경우 내용이 길지 않기 때문에 회전형식에 이르지는 않았다.
平闕은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한 명사를 만났을 때 행을 옮겨 쓰거나 혹은 공간을 띄워서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평은 행을 바꾸는 것으로 擡頭를 말하고, 궐은 글자를 비워두는 것을 隔字 또는 間字를 말한다. 세로쓰기를 할 때,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를 ‘平行’이라고 하는데, 대두법을 사용하여 높이 적는 위치를 ‘極行’이라고 한다. 궐은 평처럼 대두를 사용하여 극행으로 올려 적거나 행을 바꾸는 것과 달리 존대를 해야 할 용어를 띄어 적는 방법이다. 이 간찰에서는 아들에게 보낸 것이기에 평궐의 형식은 좇지 않았다.
김부륜은 1남 3녀를 두었다. 아들은 김령이고, 딸들은 최민수, 이경적, 이찬에게 시집갔다. 김령은 1577년에 서울에서 출생하여 1640년에 죽었다. 김부륜은 1580년에 무소전참봉과 돈녕부봉사로 옮겨 정릉의 석역(石役)을 맡아 관리하였으며, 제용감직장과 내첨시주부로 전임되었다. 1585년에 전라도 동복현감(同福縣監)을 지냈다. 이 편지는 김부륜이 위에서 언급한 벼슬에 있을 당시에 쓴 것으로 보이지만, 작성년도가 없어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朴秉濠, 한국학중앙연구원(박사학위논문), 2005
김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