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 윤3월, 병조에서 왕명을 받들어 절충장군첨지중추부사이구징에게 발급한 녹봉 지급 문서
[내용 및 특징]
1689년(肅宗 15) 윤3월에 병조에서 왕명을 받들어 折衝將軍僉知中樞府事李耈徵에게 발급한 녹패이다. 녹패는 이조나 병조에서 왕명을 받들어 종친과 문무관원에게 祿科를 정하여 내려주는 녹과증서이다. 이구징은 윤3월 25일에 중추부의 관직에 임명되었으므로 병조에서 녹패를 발급한 것이다.
조선시대 녹봉제는 1년에 4차례 四孟朔에 받던 것이 매달 받는 月俸制로 바뀌는데, 녹봉은 매달 25일부터 29일까지 지급하였으며 품계가 높을수록 앞에 배정하여 25일에는 정1품부터 정3품 당상까지 받았다. 녹봉은 오늘날처럼 일을 하고 난 뒤에 그 대가로서 사후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달 치를 미리 전 달에 지급하기 때문에 이구징이 첨지중추부사에 임명되자마자 병조에서는 동월에 이 문서를 발급하였다.
그러나 이구징은 이미 작년 8월 17일에 병으로 卒하여 올해 정월에 장사까지 지낸 상태였다. 그러므로 녹패가 발급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기 전에 첨지중추부사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병조에서는 그 임명 문서를 토대로 녹패까지 발급한 것이다. 녹패는 사은숙배를 마친 뒤에 발급하는 것이 통례였지만 높은 관직자인 경우 우대 차원에서 郎官이 전해주기도 하다 보니 죽은 뒤에 문서가 발급되는 이러한 문서행정상의 오류가 생긴 것인 듯하다.
녹패는 『경국대전』 禮典에 ‘祿牌式’이 규정되어 있다. 첫 행에 “某曹奉”을 쓴 뒤에 다음 행에 “敎賜具官某 某年第幾科祿者”을 쓴다. 마지막에는 행을 바꾸어 중국연호와 발급일을 쓰고 연호 위에 관인을 찍어 임명당사자에게 발급한다. 문서 발급에 있어서 착명은 이조나 병조의 당상관과 낭관 각 1인이 하였다. 이 문서의 발급에는 병조참의와 병조좌랑 2명이 참여하였는데, 당시 병조참의는 李瑞雨이다. 녹패는 이조나 병조의 현직당상과 낭청의 이름으로 발급되었지만 행정적 실무는 그 하부관서에서 맡았는데, 西班의 경우 병조의 屬司인 武選司의 祿牌色이 담당하였다. 이조나 병조에서는 각각의 관원들에게 녹패를 발급하는 한편 호조에 關文을 전달하고 호조에서는 廣興倉에 牒을 내린다. 녹을 받기 위해 관원이 녹패를 광흥창에 제출하면 광흥창에서는 호조에서 내린 牒과 대조한 뒤에 녹봉을 지급하는 과정을 거쳤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01-32호에 등록되었으며, 경주이씨 양월문중 소장 고문서이다. 이구징의 문집인 『죽헌선생문집』의 묘도문에는 각각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유사」에는 ‘1688년 2월에 80세로 통정대부에 오르고 이어서 절충장군용양위부호군에 제수되었다 … 1689년 윤3월에 절충장군 첨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 「행장」에는 ‘1688년 2월에 80세로 부호군에 올랐다 … 1689년 윤3월에 첨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 「묘갈명」에는 ‘1689년에 부호군에 오르고 … 1689년에 첨지중추부사의 명이 있었다’와 같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며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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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