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월 28일, 석전에 사는 '雨兄'이 광산김씨 가문의 사람에게 피부병에 관한 안부를 묻고, 수령과의 혼사에 대해 의논하자는 내용의 편지
윤월 28일에 석전에 사는 자가 광산김씨 가문의 사람에게 보낸 편지로서, 부스럼을 앓고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수령과의 혼사에 대해 의논하는 내용이다.
이 편지는 안동의 광산김씨 가문에 전해 오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수취인과 발신인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며, 작성 연대 역시 나타나 있지 않다. 발신인은 '雨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름이나 자호에 '雨' 자가 들어있는 자이다. 그리고 피봉에 '舍弟奉答', '石田寓次', 즉 '舍弟에게 보내는 답장', '石田의 거처에서' 라고 적혀 있다. 석전은 칠곡에 있는 광주이씨 가문의 세거지로서 李潤雨(1569~1634)가 광산김씨 金光繼(1580~1646)과 사돈관계를 맺은 바가 있다. 따라서 발신자인 '雨兄'은 李潤雨일 가능성이 있다. 수취자는 발신자의 '舍弟' 즉 친동생 관계인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자신의 맏아들과 상대방의 피부병에 관하여 현재 증상과 처방 등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수령이 혼사를 맺을 것을 청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고, 셋째는 추신이다.
편지를 전해준 자는 彦業이라는 자인데,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차에 편지를 받았고, 그 편지에서 상대방의 얼굴에 난 피부병이 화복된다는 소식을 확인하여 기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은 별 일 없다는 것과 맏아들의 얼굴의 피부병 증상에 대해 말한다. 종기가 터진 후 부기는 가라앉았으나 부스럼이 솟아나 가려워 하니 안타깝지만, 그래도 며칠 지나면 화복될 것이니 걱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피부병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두창을 다스릴 병을 의원에게 물어 보았는데, 전에 쓰던 약을 10여 첩 더 복용하면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으니 약을 복용해 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혼사에 관한 곤란한 입장을 토로하는 것이다. 수령이 혼사을 맺기를 청하였는데, 발신자는 시골의 가난한 집안이 서울 집안과의 혼인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양하였다. 그런데 계속 왕래하면서 권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계속 거절하자니 미움을 당할까 걱정이고, 허락하면 박한 일이 많을 것이라서 심란하다고 하고 있다. 수령이 꼭 시골집안과 혼인하려는 것은 아들 한 명을 향촌에 남겨두어 후일의 계획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발신자는 이는 황군의 무리가 그렇게 하라고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황군은 편지 상에 '黃孼'이라고도 표현하고 있어, 같은 고을에 사는 황씨 성을 가진 신분이 낮은 자로 보인다. 수령에게 그러한 조언을 한 것으로 보아 관아의 일을 하고 있는 서리일 수도 있다. 발신자는 혼사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없으니 상대방이 오면 상의하여 결정하려 하므로, 6월 보름 이후에 오라고 부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길에 一直과 안동부는 전염병의 기운이 남아있으니 전과 같은 일이 없도록 조심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추신으로 黃仁甫가 전일에 작고한 것, 김군은 어버이상을 당하여 오늘 아침에 成服한 것, 탱자껍질 4각을 보낸다는 것이 적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편지는 바로 찢어서 불에 태워버리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수령과의 혼사를 맺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은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朝鮮時代 簡札 書式 硏究』, 金孝京,
『漢文書札의 格式과 用語 硏究』, 朴大鉉,
『光山金氏禮安派譜』,
1차 작성자 : 명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