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년 10월 27일에 權俊淵이 재령이씨의 이 생원이 부인상을 당했지만 조문을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생원에게 보내는 편지.
무인년 10월 27일에 權俊淵이 재령이씨의 이 생원이 아내상을 당했지만 조문을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생원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수신자가 아내의 상을 당한 것은 실로 놀랍고 애통한 일로, 만년에 아내를 잃은 비통하고 슬픈 마음을 어떻게 감당하고 계신지 물었다. 시간이 빨리 흘러 祥期가 얼마 남지 않는 가운데 상대방과 상대방 가족은 생활을 잘 지탱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상대방의 상사에 본인도 슬픈 마음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상대방을 조문하여 지난날의 쌓인 빚을 갚아야 하나 연일 골몰하고 근심으로 보내고 있고 또 그 사이 공제복의 참상을 만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편지로 미안함을 전하니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란다고 하였다.
권준연은 편지를 마무리 한 이후 종이를 왼쪽으로 돌려 다시 別告를 적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인은 근년에 오랫동안 골몰하는 일로 문밖에 조문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상대방 부부 사이에 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한 이후, 부인의 상에 문상을 가거나 편지라도 써서 위문을 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빠트렸다고 했다. 이번에 상기가 지났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대군자의 포용력과 큰 도량으로 본인을 이해해준다면 일생동안 그 마음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권준연이 편지를 쓸 당시에는 상기가 지나지 않았으나 미처 부치지 못하고 있다가 상기가 지났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별고를 적어 보낸 듯하다.
권준연은 추신에 '別告'라고 하여 다시 조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으며, 이에 대해 『周易』 泰卦의 '包荒'[包荒, 用馮河, 不遐遺, 朋亡, 得尙于中行]을 인용하여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였다.
『한문서찰의 격식과 용어』, 박대현, 아세아문화사, 2010.12
『조선시대 간찰 서식 연구』, 김효경, 한국학 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5.
1차 작성자 : 김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