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극(趙泰克) 서간(書簡)
연도미상의 5월 1일에 제(弟) 호래(鎬來) 조태극(趙泰克)이 중계(中溪) 김수로(金壽老)에게 보낸 편지이다.
과거에는 문천(汶川) 위에서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약속하고도 만나지 못했던 것을 거론하며,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탄식하였다. 근래 소식을 물으니, 상대방이 손자를 보았다는 것을 알고, 몰래 쌓은 덕이 두터워서 하늘이 복을 내려 준 것이라고 치하하며,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잘 있으리라는 것은 점쟁이[詹尹]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뒤에 조카가 가협(嘉峽)으로 들어간 것을 두고 ‘가사를 입게 되면 도리어 폐단이 많을 것이니, 좌우를 둘러보아도 진주(晉州)의 금동(琴洞) 골짜기 만 한 데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자신은 날마다 손자를 안고 노는 재미로 노경을 지내며 몇 이랑 밭을 경작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데, 상대방은 자기의 허다한 손해는 돌보지 않고 오히려 남의 걱정꺼리를 근심하는 사람이라고 정자(程子)의 말을 인용하여 칭송하였다.
마지막에 친구 여러 사람이 며칠 밤을 지낸 것은 매우 흡족하였으며, 돌아갈 때 문천(汶川)을 건너가지 않고 남쪽으로 갔으나, 당옹(塘翁)과 두 이형(李兄)은 반곡(盤谷)으로 갔는데, 너무 바빴던 것이 흠이었다고 지난 소식을 전하였다. 직접 가서 경사를 축하해야 도리에 맞는 일이겠지만 아들을 시켜 대신 전달하니 양해하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1차 집필자: 김남규, 2차 집필자: 오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