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종형(從兄) 서간(書簡)
1911년 9월 12일 종형(從兄)이 미상의 수신인에게 보낸 서찰이다.
요즈음 숙모님 근력이 더욱 건강하시다고 하는데 모시는 근황이 편안한지를 묻고 종수씨(從嫂氏)도 다친 이후로 상처가 완전히 나았는지 매우 염려가 된다고 하였다.
화야(和也)의 결혼날짜가 다음달 30일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말 그런지를 물으면서 축하의 말을 전했다. 동래(東萊)에 사는 조카 인(仁)의 초일(醮日)이 다음달 20일인데 네 종형이 한 번 오기를 청하여 오는 18일에는 부산으로 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 곳은 추수를 마쳤으나 몸을 빼내기 어렵고 단계(丹溪)에는 요즈음 본댁에 전화가 가설되었는데 사용이 미숙하여 통화를 못한다고 하니 우습다고 하였다. 전화번호는 단계 68번이니 알아 두었다가 긴히 통화할 일이 있거든 가끔 통화하라고 하였다. 옛 집 감나무가 올해 풍성하게 달려 지내(旨內) 아저씨로 하여금 따서 반은 곳감을 만들고 반은 홍시를 만들어 갈무리하였다가 쓸 곳에 보낼 계획이라고 하였다.
우리 나라 최초의 전화는 1896년에 이르러 서울∼인천 간에 개통되었으니 1911년에 전화를 가설한 것을 보면 무척 개화된 집안임을 알 수 있으며 사용법을 몰라 통화를 못한다는 내용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1차 집필자: 김남규, 2차 집필자: 오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