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자의 조부 이원조의 시장(諡狀)을 부탁 받고서, 초고(草稿)를 올렸으나, 식견(識見)이 얕고 문장이 졸렬하여 마침내 고인의 훌륭한 행적을 치켜세우지 못했으니, 실로 마음이 부끄럽다는 내용의 답신

1874년(고종11)에 아우 조성교(趙性敎, 1818∼1876)가 이관희(李觀熙, 1824~1892)에게 보낸 답신이다. 이 답신은 피봉에 ‘拜謝上’이라고 적혀 있어 수신자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내용 가운데 ‘조부(祖父)의 시장(諡狀)은 외람되이 부탁을 받아 대략 저의 소견으로 초안(草案)을 잡아 올렸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원조의 ｢연보(年譜)｣를 살펴보면, 1881년(고종 18) 5월에 이원조는 ‘정헌(定憲)’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대제학(大提學)조성교(趙性敎)가 그 시장(諡狀)을 지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수취자는 이원조의 손자 이관희(李觀熙)임을 알 수 있다. 이원조의 시호는 ‘정헌(定憲)’으로서, “순수하게 행하여 어긋나지 않음을 ‘정(定)’이라 하고, 선을 행하여 기록할만함을 ‘헌(憲)’이라 한다[純行不爽曰定, 行善可紀曰憲]”라고 하였다. 조성교는 수취자의 조부 이원조의 시장(諡狀)은 외람되이 부탁을 받아 대략 저의 소견을 초를 잡아 올렸으나, 식견(識見)이 얕고 문장이 졸렬하여 마침내 고인의 훌륭한 행적을 치켜세우지 못했으니, 실로 마음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보내신 서찰에 첨지(籤紙)를 붙인 곳이 있으나, 자신의 소견은 이미 다하였다고 하며, 조목(條目)을 쫓아가면서 더하거나 고치지 못하고, 부득이 전본(前本)을 되돌려 드린다고 하였다.

이 간찰을 통해 시호(諡號)를 받기 위하여 명망(名望)있는 사람에게 시장(諡狀)을 부탁하고, 이를 다시 수정하는 절차를 볼 수 있다.